학생 주는데 재정은 눈덩이… “사용처 늘려 효율성 높여야”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김유나 2024. 9. 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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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부금’ 방만운영 도마 위
내국세 총액 20.79% 자동으로 연동
세수 늘면 교육교부금도 증가 구조
넘치는 예산에 선심성 사업도 빈발
당국, 현금성 복지 남발땐 삭감 추진
최근 유보통합 재원 활용 법안 추진
교원단체 “교육환경 후퇴 우려” 반발
예산 삭감 제재만으론 한계 목소리
전문가 “신규 수요 발굴 등 대책 시급”
학령인구 감소 이야기가 나올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예산’ 문제다. 교육청에서 유·초·중·고생에게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현재 내국세 총액의 20.79%가 자동으로 연동되는 구조다. 매년 ‘필요한 만큼’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세수가 늘면 교육교부금도 증가하는 구조인 것이다. 최근 저출생 여파로 학생은 줄지만 경제 성장으로 예산은 늘어나는 양상이어서 교육교부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계에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은 감소하는데 예산은 증가

2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00년 22조4000억원 수준이던 교육교부금은 2010년 32조3000억원, 2020년 53조5000억원 등 시간이 흐르면서 몸집이 커지고 있다. 2022년에는 추경 영향 등으로 8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10여년 전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에는 다시 65조3000억원으로 내려왔으나 올해에도 전년보다 소폭 늘며 6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재정당국은 2028년에는 올해보다 28.7% 늘어난 88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 기간 초·중·고생은 524만8000명에서 456만2000명으로 13.1%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예산 규모가 커지다 보니 교육교부금을 방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교육청들이 현금을 나눠주는 등 선심성 사업에 교육교부금을 흥청망청 쓴 사례들이 드러났다.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 관내 모든 학생에게 ‘교육 회복지원금’ 명목으로 1664억원을, 서울시교육청은 ‘입학지원금’ 명목으로 2021~2022년 초·중·고 신입생에게 960억원을 줬다. 강원도교육청은 학교 교감 등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스마트단말기 600대를 사기도 했다.
비판이 커지자 교육부는 ‘현금성 복지’를 남발하는 교육청에 대해 교육교부금을 삭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교육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규칙·시행령 개정안은 전국 교육청 17곳 중 현금성 복지 지출(자체 사회보장적 수혜금 지출 비율)이 많은 교육청 8곳의 교육교부금을 10억원씩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장에선 2027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금·현물을 뿌리는 방만 운영 실태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만 운영에 대한 경종 차원”이라며 “교육교부금 운영 심의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처 늘려 재정 효율성 높여야”

교육교부금 효율화를 위해선 이 같은 ‘예산 삭감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청 입장에선 배분된 예산을 다 써야 하는데, 2022년처럼 추경 등으로 예산이 갑작스럽게 늘면 어디든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교육교부금 역할을 다양화하는 식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사용처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재정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2022년에는 교육교부금의 재원인 교육세 일부를 3년간 한시적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고특회계)’를 신설, 유·초·중·고에만 쓰던 교육교부금을 대학에도 일부 쓰도록 한 바 있다.

최근에는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교육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원 자격·시설 기준 등이 매우 달라 두 기관을 통합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교육청과 유치원, 초·중·고 교육계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교육청 입장에선 교육교부금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어서다. 어린이집은 올해 교육부 소관으로 넘어왔지만, 기존에는 보건복지부 소속이어서 교육교부금이 사용되지 않았다. 만 3∼5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느 기관에 다니는지에 따라 교육교부금 수혜 여부가 갈렸고, 취원 기관이 어린이집으로 일원화된 만 3세 미만은 교육교부금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교육청 등은 교육교부금 용처를 확대하면 초·중·고에 쓰일 예산이 줄어 교육 질이 저하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2022년 고특회계 신설 당시에도 “동생들 돈 뺏어 형 준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교육교부금 지원 대상에 어린이집을 포함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교육시설 개선, 기초학력 보장 등 산적한 교육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수”라며 “어린이집 재정까지 교육교부금에서 충당하면 유·초·중·고 교육 환경이 후퇴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교부금은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쓰인다는 불신이 있지만 동시에 필요한 곳에는 안 쓰인다는 불만도 있다”며 “유보통합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교육 개혁 과제에는 교육교부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재정 전문가인 이혜진 이화여대 연구교수도 “교육교부금 방만 운영은 교육교부금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지방교육재정의 수요와 용처를 확대하는 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가 지역사회 거점 역할을 강화해야 하고, 디지털 교육을 확대할 필요성이 생기는 등 교육 현장에서 신규 재정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만 이런 신규 수요를 모두 교육교부금으로만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유보통합, 디지털교과서 등은 국가 주도로 시행하는 사업인데도 현재 정부의 지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 입장에선 자신들에게만 책임을 미루는 것 같아 거부감을 느끼고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국고로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좀 더 역할을 하면 교육청도 재원 투입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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