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이 퇴직금 됐다" 석사 받고도 인턴 전전…중국 청년들 '눈물'
BYD 신규채용 3분의 1로 급감 등 주요기업 채용 줄어,
연 500만 이상 이공계 인재 적합 일자리 더 빨리 증발
심각성을 지적받아 온 중국 청년실업 실태를 뒷받침하는 숫자들이 속속 집계된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안정 유지를 위해 일자리가 최우선 덕목임을 감안하면 폭탄에 불이 붙은 셈이다. 이공계 인재풀 붕괴 우려 속에서 고용 최우선 정책기조 요구 목소리가 높아진다.
23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초 학생을 제외한 도시지역 16~24세 실업률은 18.8%로 전월 대비 1.7%포인트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청년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자 발표를 일시 중단하고, 슬그머니 학생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이제 학생을 제외한 실업률이 제외 전 지표의 턱밑까지 다다랐다. 실상 더 나빠졌다는 의미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자가 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올해 졸업자 탕후이씨는 지난해 말 유명 전기차 회사의 재무회계 직종에 합격했다. 그런데 올 5월. 회사가 대졸신입을 모두 해고할 거라는 흉흉한 소문을 들었다. 졸업 후 정상적으로 입사 절차가 진행돼 걱정을 던 것도 잠시, 재앙은 입사 한 달 후 현실화 됐다. 그는 현지 언론에 "회사에서 모든 신입사원을 해고했고, 한 달치 월급을 받은 게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취업정보포털 51JOB 펑리주안 인사컨설턴트는 "올해 취업시장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기업 채용 기조가 '확장'에서 '축소'로, '인재 확보'에서 '가성비 추구'로 변화했다는 점"이라며 "이 새 기조로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신규 대졸자들"이라고 진단했다.
취업정보사이트 'Niuke.com'이 200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펴낸 '2024 봄캠퍼스 채용백서'를 보면, 올해 졸업생 중 인턴경험이 있는 학생 비중은 무려 90%다. 학생때 이미 3회 이상 인턴십을 거친 비율도 23%에 달했다. 중국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실무형 인재임을 검증하기 위해 인턴십을 주요 이력으로 인정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취업시장 악순환을 의미하는 과잉 인턴십이 중국 내에서 일반화하고 있다. 인턴십이 싼 값에 사람을 쓰고 버리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홍콩 유명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대형 부동산기업에서 일했던 시우유씨는 "실업자가 된 후 텐센트에서 6번, JD.com(징둥 운영사)에서 3번 인턴으로 채용됐지만 매번 정규직 전환이 거절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일자리 확보 노력도 현재로선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중국 정부가 이른바 '정책직' 확대에 나서면서 과학연구보조원 등 특수직 40만개가 만들어졌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의 채용 확대를 통해 전체 대졸자의 6%에 달하는 7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절대 숫자가 적은 데다 일시적인 채용이다. 지속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선 채용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중국의 전통적인 이공계 우대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적 일자리 창출 업종이던 인터넷(IT)·교육·부동산 등 '구삼'(옛 3대업종)이 지고, 에너지·신에너지차(전기차 등)·반도체 등 '신삼'(새 3대업종)이 뜨는 가운데 구삼의 수요회복은 제한적이다. 또 신삼의 고용대체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삼이 이전 같으면 이공계 인재들을 대거 흡수해줬을거라는 점에서 중국 사회의 아쉬움은 더 크다. 중국에선 매년 500만명 이상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자가 배출된다. 전체 졸업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마오위페이 수도경제무역대 교수는 "반도체, 전자전기, 기계, 에너지처럼 이공계 핵심 일자리는 전체 채용 수요의 15%에 불과하며, 20% 정도인 전체 기술직 수요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인재들을 대대적으로 흡수하며 지난 2021년 역대 최대 채용을 만들어냈던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들은 최근 2년간 대폭 감원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 기간 직원을 13% 줄였다. JD.com은 올해 1만2000명 채용하며 6000명을 인턴으로 뽑았다. 가뜩이나 미국과 관계 단절로 서방 선진국 일자리로 향할 수 없는 중국 이공계 인재들의 갈 곳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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