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랑스러운…'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 또 일냈다 [김지우의 P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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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연꽃만 칭찬하지만,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것을 왜 몰라. 내가 연꽃이 사는 집이라는 걸 왜 몰라." 이장근 <왜 몰라>
재희는 다듬지 않은 보석 같다. 타고난 매력과 거침없는 당돌함,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스무 살 그 나이대 그렇듯 홀로서기엔 불안정하고 서툴다. 사람들은 튀는 재희를 욕하기도, 오해하기도, 동경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재희는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것을 왜 몰라!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눈치 보는 법 없는 자유로운 영혼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했다.
성소수자인 흥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소중한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숨긴다. 매력적이고 강인한 외모와 달리 내면은 고1, 엄마에게 성소수자인 걸 들킨 그날에 멈춘 듯 겁에 질려있다.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내진 못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곤경에 처했을 땐 몸을 던지는 용감한 인물이다.
재희와 흥수는 스스로 남과 다르다고 인식한다. 그러면서 투명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어느새 베프가 된 둘은 필요에 의해 동거를 시작하고 가장 가까이서 서로의 20대를 나눈다. 두 사람은 13년 세월 동안 많은 사건과 변화를 겪는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보다 더 구질구질한 일들도 겪는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를 통해 여성에 가해지는 사회적 린치를 무겁게 그려냈던 이언희 감독은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산뜻하고 경쾌하게 약자혐오, 여성혐오, 데이트폭력 등을 다룬다. 그리곤 "재희와 흥수가 겪는 사건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한순간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주고,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 마주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시절의 공기가 느껴지는 감각적 연출은 청춘물로서 톤앤매너를 공고히 한다. 때론 시리고 따스하고 끝내 벅차다. 김고은은 이 영화의, 재희의 완벽한 주인이다. 올 상반기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를 통해, 어쩌면 훨씬 전부터 우리 마음속에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고은은 잘하는 걸 알고 봐도 참 잘한다. 20대 초반 마냥 빛나는 재희부터 30대 언저리 사회에 순응하면서도 할 말은 하고 사는 재희까지 숨결을 불어 넣는다. 노상현은 그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과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아웃사이더인 재희와 흥수를 마냥 미화하거나 찬양하지 않는다. 각자의 모난 곳을 비추고, 서로를 보듬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사회적 주류인 부잣집 아들이 얼마나 유약한지, 인싸 대학 선배가 얼마나 비겁한지, 멀끔한 변호사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적나라하게 비춘다. 누구나 결핍이 있다고, 재희가, 흥수가, 네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차가운 대도시에서 재희와 흥수의 사랑법은 서로를 인정하는 데서 막강한 힘을 가졌다. 함께라면 두렵지 않다.
오는 10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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