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푸드 다음은 ‘K건기식’…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전망

최효정 기자 2024. 9.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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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건기식 올해 역대 최대 수출 달성할 듯
1~7월 수출액 전년 대비 11% 증가
올해 1조원 돌파 가능… 내수 침체 수출로 극복
업계 “수출 5조원 달성 위해 정부 지원 필요한 시기”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이 올해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케이(K)푸드와 K뷰티에 이어 차기 수출 효자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급성장한 건기식 판매실적은 내수 부진에 지난해 처음 역성장했지만, 해외 진출을 돌파구로 삼은 모양새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건기식 등 미분류 조제식품 수출액은 5억3228만달러(약 7100억원)로 전년 동기의 4억8133만달러(약 6400억원)보다 11%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기록한 8억4728만달러(1조1300억원)를 넘어 9억달러(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손민균

◇ 팬데믹 시기 급성장한 건기식, 내수 부진과 국내 시장 포화에 한계

국내 건기식 시장은 팬데믹 기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급격히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막바지인 2022년부터 성장세가 정체됐다.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에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건강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식품, 제약 그리고 화장품 업계까지 뛰어들며 내수 시장이 빠르게 포화한 점도 발목을 잡았다.

식약처가 발표한 ‘2023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판매실적은 4조919억원으로 전년(4조1695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특히 내수 판매액은 3.2% 줄었다. 건기식 매출 역성장은 2004년 건강기능식품법 시행 후 19년 만이다.

대다수 건기식 회사의 작년 매출도 감소했다. 식약처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위권 기업 중 6개 기업의 매출이 감소했다. 식약처에서 발표한 ‘2023 식품 등의 생산실적’에 따르면 건기식 1위 기업인 한국인삼공사의 매출액은 2022년 7708억원에서 2023년 7146억원으로 줄었다. 2위인 HY는 4470억원에서 4352억원으로 감소했다.

식약처 식품생산실적은 식품공전 분류에 따라 건기식으로 신고한 제조사의 금액을 집계하기 때문에 관세청 규모보다는 작다. 소비자에게 알려진 브랜드 상당수는 식품생산실적에서 제외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된다. 한국 건기식 협회는 작년 전체 시장 매출 규모를 6조2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해외 진출로 활로 모색… “K건기식은 넥스트 K뷰티·푸드”

업계에서는 위기 타개를 위해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올해 최대 수출 달성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인구 감소 등으로 침체를 겪던 한국 식품업계가 라면이나 김 등을 무기로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중소 K뷰티 업체들이 아마존 등 역직구 플랫폼을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공식이다.

건기식 수출 대표주자는 주로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다. 노바렉스를 비롯해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바이오, 코스맥스엔비티, 서흥 등이 건기식 ODM·OEM을 주력으로 한다. 홍삼은 생산과 판매까지 도맡은 인삼공사가 독보적이다. 지난해 492억원어치를 수출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쎌바이오텍(259억원)과 종근당건강(112억원)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시장에서는 K건기식이 미용과 건강 양측을 공략할 수 있어 K뷰티와 K푸드의 인기를 이을 적자(適者)라는 기대가 나온다. 역직구 시장에서도 건기식에 대한 인기가 높다. 동남아 국가 등이 경제 성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한류 열풍이 맞물리면서 K건기식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덕이다.

역직구 플랫폼인 쇼피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동남아, 대만 온라인 시장에서 건기식∙보조식품을 포괄하는 ‘헬스’ 카테고리가 뷰티와 취미(K팝 등)에 이어 주문량 3위를 차지했다. 헬스 카테고리는 2021년 상반기부터 식료품 카테고리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인기를 끄는 한국산 건기식 종류는 유산균, 비타민, 콜라겐, 다이어트 보조제 등이다.

내수에 의존하던 건기식 업체가 수출에 집중하는 것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작년 국산 건기식 생산기준 수출액은 3242억원으로 전년(2781억원)보다 16.6%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427억원)과 비교하면 수출액은 4년간 2배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내수 대비 수출 비중도 5.1%에서 지난해 8.6%로 증가했다. 내수 의존도가 여전히 높지만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개최한 '건강기능식품법 시행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 업계 “건강기능식품 육성법 제정해야”

건기식 업계는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지난 8월 열린 건강기능식품법 제정 20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이라는 미래비전·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건기식협회는 ▲해외 제도와의 규제 조화 ▲정부 주도의 R&D(연구·개발) 수출 지원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요구하고 글로벌 생산 허브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명수 건기식협회장은 “지난 20년간 독립된 건강기능식품 법체계 아래에서 성장해 온 건기식 산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대도약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며 “별도의 건강기능식품 육성법이 제정된다면 2035년까지 수출로만 5조원 규모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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