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잡으려면 고교 내신 '절대평가'로"…국교위 연구

김정현 기자 2024. 9.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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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 연구용역 보고서…김세완 이대 교수팀 주장
공교육정상화법에 "공교육 재량 좁혀 사교육 유발"
"초1~2 영어 정규 교육"…발달 벗어난 선행학습 논란
연구, 공교육 내 '수월성' 긍정…전국 학력평가 주장
고교 내신 사교육 대책…전면 절대평가 전환 역설해
"성적 부풀리기 막기 위해 외부 기관에 평가 맡겨야"
국교위 "여러 제안 중 하나"…'발전계획' 연관성 부인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건물에 학원 간판이 즐비하게 설치돼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9.24. photo@newsis.com **자료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오는 2026년부터 10년 간 적용될 교육제도를 검토 중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사교육 대책 관련 연구 결과,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 전환과 초등 1~2학년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를 넣자는 제안이 담겨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 차원에서 제출 받은 국교위의 '사교육 원인 분석과 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진은 결론을 정리하며 이런 정책들을 제안했다.

국교위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검토하기 위해 김 교수 연구진에 5000만원을 주고 용역을 맡겼다. 연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수행됐다.

연구팀은 교육부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교육통계연보, 통계청 전국 사업체 조사 결과 등을 통해 사교육 현황을 살폈다. 일반 시민 인식 조사와 과거 연구도 살폈다.

김 교수 등은 "학교급과 상관 없이 학생의 가계소득과 부모의 교육 수준, 경제활동 참여도, 형제·자매 수 등 개인 특정적 요소들과 서울 지역 대학 진학계획 등이 사교육 참여와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또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은 사교육을 잡기 위해 선행학습을 금지했으나, "오히려 공교육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해 중·고교 사교육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는 이유는 공교육이 성적 향상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행과 심화학습을 받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육 정책은 최근의 교육력 약화 기조에서 벗어나 상위권 학생들의 '수월성' 추구와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결손 보충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교육계에서 '수월성'은 경쟁을 긍정하고 자율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등의 고교 체제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표현이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위원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09.24. kmx1105@newsis.com

연구진은 사교육 경감을 위한 정책으로 대입 전형자료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고교 내신 모든 과목에 절대평가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확정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서 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9단계 석차등급을 5등급(1등급은 상위 10%)으로 바꾸기로 했다.

허나 상대평가 방식인 내신이 지금처럼 중요한 대입 전형자료로 쓰이는 이상 주입식 암기 교육과 같은 사교육 부담은 필연적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김 교수 등 연구진은 "비용 측면에서도 내신은 학교마다 교과서, 출제 경향, 난이도 등이 모두 달라 과목당 월 30~50만원 수준의 동네 학원을 꾸준히 이용해야 해서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고 취지를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절대평가로 인한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학교 간 학력 차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 고교가 동일한 외부기관을 통해 개별 학생의 정확한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해 공신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서는 "범위의 지속적인 축소 등이 학력저하 문제와 사교육 확대의 악순환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출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입학 전 속칭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등을 보내는 등 영어 사교육을 막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해 수준별 수업을 시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연구진은 "초등 입학 전, 1~2학년 때 영어 사교육을 받은 학생은 5~6학년 사교육 지출액과 참여도, 소득 대비 사교육비가 모두 높아졌다"며 "공백을 채우기 위한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영어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초등 1~2학년의 경우 공교육정상화법에 예외 조항을 두고 교내 방과후 과정을 통해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교육부는 초등 1~2학년 방과후 과정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선행학습이고, 학생들의 발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금지하려 했다. 허나 사교육 폭증 등이 우려돼 물러선 바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목동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9.24. photo@newsis.com

연구진은 아울러 초·중학교 방과후 수업이 중하위권의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를 학교 수업과 연계하기 위해 기초학력 평가를 포함한 전국 단위 학력평가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과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나 '일제고사'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 정부에서 표집조사로 전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교위는 오는 2026년부터 10년 간 적용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발전계획에는 대학입시 제도, 학제 등 교육 제도의 방향성이 담긴다. 계획이 정해지면 교육부 등 관련 기관도 이를 따라야 한다.

김 의원은 "사교육비는 우리 교육과 사회의 핵심 문제이자 저출생의 주요 원인인 만큼 발전계획을 수립 중인 국교위가 관련 연구를 의뢰한 점은 의미 있다"면서도 "연구진 정책 제안이 원인 해결보다 대체재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정부도 과도한 경쟁을 지목하는데, 정작 국교위 연구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다"며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이 있는 만큼 국교위가 다루게 된다면 충분한 공론화와 검토,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지적에 국교위 측은 발전계획을 마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제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교위 관계자는 "해당 연구는 전체회의에 보고된 바 없고 연구진의 주관"이라며 "초등 1~2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자는 주장은 교육과정 차원에서 연구돼야 할 일이지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계획은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나온 여러 의견과 각종 토론회 자료, 정책 연구 등을 종합해서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책 연구가 상당 부분 직접 초안에 반영될 여지가 있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국교위는 최근 산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에 속한 일부 위원이 수능을 두 번 보고, 고교 평준화를 폐지하는 방안을 거론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홍역을 치렀다. 국교위는 숙고가 안 된 채 내용이 새 나갔다는 취지로 부인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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