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도 남다르게”···진화하는 ‘LH 청년특화 매입임대’[올앳부동산]
극작가 지망생 A씨(29)는 올해 초 처음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년임대주택을 신청했다. 물론 당첨은 되지 않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학원강사로 일하다 지난해 서울소재 한 대학 연극영화과에 합격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A씨는 “고정수입이 사라졌고, 학교 근처로 옮겨야 할 것 같아서 작은 원룸으로 이사했지만 월세가 부담돼 청년임대주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청년가구의 평균 보증금은 1800만원, 월세는 37만7000원이었다. 조사대상 지역을 서울로 좁히면 평균 월세는 69만원으로 껑충 뛴다. 청년의 월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IR)은 2021년 16.8%에서 2022년 17.4%로 늘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은커녕 당장 월세를 내는 것만으로도 청년들은 벅차다.
이때문에 경제적으로 빠듯한 청년들이 유심히 들여다볼 대목이 LH청약홈의 청년임대주택 물량이다. 지난해말 기준 LH가 운영하는 청년임대주택은 전국 15만 가구다. LH는 매년 청년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고 있다. 관련 모집 공고도 상시 게시된다.
LH의 대표적인 청년임대주택 중 하나는 ‘청년매입임대주택’이다. 청년매입임대주택의 강점은 입지다. 도심·역세권에 위치한 주택을 사들여 청년(만 19~39세)에게 공급한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청년들에게 입지는 매우 중요한 입주요건이다. 월세 및 보증금을 주변 시세의 40~50%수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도 확 낮출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청년매입임대주택 ‘더블유스퀘어’는 신설동역에서 5분거리인 역세권에 위치했지만 보증금 100~200만원에 월 임대료는 30~40만원 선(전용면적 19~28㎡)이다. 역세권 원룸 평균 월세(100만원 선)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입주자들은 결격사유만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 10년(2년씩 총 4번 갱신)까지 거주할 수 있다. 청년들이 학업을 이어가거나 원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안정적인 거주 기반을 제공하는 셈이다. 거주기간 중 결혼을 하면 최장 20년까지 임대주택 거주가 가능하다.
“양과 질 동시에 잡는 특화형매입임대 늘린다”
대부분의 청년매입임대주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된다. 수요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LH청년매입임대주택 경쟁률은 서울 기준 2019년 16.5 대 1에서 2021년 53.9 대 1까지 높아졌으며, 2022년과 2023년 각각 110.5 대 1, 126.8 대 1까지 치솟았다. 최근 전세사기를 비롯한 보증금 사고가 잇따르면서 더 많은 청년들이 공공임대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차로 진행한 청년매입임대주택 170가구 모집에는 4만3265명이 몰리면서 2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신규모집한 서울 종로구 ‘프라움 스테이’ 역시 35가구 모집에 9509명이 몰리면서 27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7월 진행한 2차 청년·기숙사형 매입임대주택은 각각 217대 1, 1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LH관계자는 “기존 입주자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발생한 공실의 경우 1가구 모집에 10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LH는 단순히 도심·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청년매입임대주택에서 나아가 특화매입임대 주택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거주기능’을 넘어 청년들의 삶의 방식이나 관심사에 맞춘 ‘특화형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화대상에는 취업준비생, 청년예술가, 미혼모를 비롯해 발달장애인까지 다양하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청년특화매입임대주택은 서울 은평구의 다다름하우스가 대표적이다.
특화형 청년주택은 사업기획부터 매입, 리모델링, 운영 단계까지 민간 운영사업자가 함께 참여한다. LH는 현재까지 전국 70여곳에 청년특화형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LH가 공급한 청년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인 ‘아츠스테이(ART×STAY)’ 성산 2호점과 수유점도 오는 10~11월 중 운영에 들어간다. 운영 및 관리는 사회적기업인 ㈜안테나가 맡는다.
성산2호점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했다. 기존 호텔을 매입·리모델링해 청년특화주택으로 공급했다. 마포구청역(6호선)에서 도보 10분, 홍대입구역(2호선)에서는 도보 20분 거리다. 대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이곳은 최근 첫 입주자 58명 모집에 1044명이 지원해 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통상의 경쟁률과 비교했을 때 저조한 수준이지만 별도의 자격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률이 낮다고 보기도 어렵다. 인쇄출판, 디자인, 공연예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청년크리에이터를 위한 특화청년매입임대주택이기 때문이다. 신청자들은 각종 서류와 함께 자신이 그동안 창작한 작품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다. 현재 자격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임대료도 상당히 저렴하다. 19㎡ 원룸(화장실·부엌 포함)의 임대료는 보증금 530만원에 월 34만원 선이다. 29㎡는 보증금 670만원에 월 41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비슷한 평형의 임대료(보증금 5000만원·월 65만원)와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하다.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쿡탑, 책상, 붙박이장 등이 기본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침대는 입주자가 가져와야 한다.
허남영 안테나 CP는 “아츠스테이 성산2호점 지하에는 촬영전시실을 비롯해 유튜브 촬영 및 공연을 위한 다목적 큐브, 편집실 쇼룸 등을 운영하고, 1층에는 다양한 편집샵 운영이 가능한 카페를 조성했다”면서 “수익의 일부를 입주자 시설관리 등에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번동의 아츠스테이 수유점은 푸드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입주자 특성에 맞춰 건물 내에 창업인큐베이팅, 팝업스토어,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했다. 보증금은 전용면적(22㎡~28㎡)에 따라 428만~502만원선이며 월세는 27만~31만원 수준이다.
LH관계자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민간운영사업자가 주택 전반을 밀착관리하기 때문에 청년입주자들의 편의성도 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H는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유형을 기존의 수도권 청년 중심에서 돌봄·육아, 일자리·창업지원, 귀농·귀촌, 고령자 특화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지난 6월부터 모집한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3000호에 대한 공모절차도 현재 진행 중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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