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망신주기'식 일방 매도 안된다" 자칫 화가 될 수 있는 정몽규→홍명보의 국회 호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등에서 논란이 제기된만큼 KFA는 국회에서 성실하게 답변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다만 국회가 KFA를 부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은 아니다. 특히 홍 감독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선을 넘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일그러진 과거가 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전술, 전략, 미래의 담론을 담은 기술적인 전문 파트는 각 스포츠 단체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문체위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의 선수 선발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악수'를 뒀다. 질의 수준은 귀를 의심케 했다. 남은 것은 단 하나, 발언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한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안타까운 탄식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감독직에서 전격 하차했다.
KFA도 사실 우려했다. 이달 초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첫 발을 뗀 홍 감독은 다음달 A매치 2연전을 지휘해야 한다. 당장 30일에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 4차전에 출전할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한다. KFA는 홍 감독의 불출석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그는 출석을 원했다. 다만 국회에서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어 더 걱정스럽다. '혹세무민'하는 일부 유튜버와 '철지난' 에이전트의 '아무말 대잔치'가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명예훼손'은 법적 대응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상식을 넘어선 지 오래다. '팩트'를 이야기해도 마녀사냥에 내몰리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이지도, 건강하지도 않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월 하차한 후 약 5개월 만에 홍 감독이 선임됐다. 처음부터 홍 감독으로 방향이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울산 HD를 이끌던 홍 감독은 당시 전강위를 이끌던 정해성 위원장과의 면담조차 거부했다. 캐나다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제시 마치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이 1, 2순위였다. 그러나 두 사령탑 모두 협상 과정에서 결렬됐다. 마치 감독은 세금 문제,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축구협회와의 계약해지를 KFA에 떠넘겨 불발됐다.
감독 선임은 원점에서 재출발했다. 홍 감독이 다시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과 정해성 위원장이 충돌했다. 정 위원장은 1순위로 홍 감독을 보고했지만, 정 회장이 유럽으로 날아가 바그너, 포옛 감독을 직접 면담할 것을 지시했다. 정 회장이 홍 감독의 '뒷배'가 아니라는 건 선임 과정을 정상적으로 취재한 기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이 사퇴했고, 일부 전강위원들도 동반 사임했다.
그럼에도 KFA는 감독 선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은 전강위원들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정 위원장의 전권을 위임받는 데 동의했다. 이 이사는 바그너와 포옛 감독을 면담한 후 돌아와 홍 감독을 낙점했다. 줄곧 고사했던 홍 감독은 KFA의 새 '기술 철학'에 설득당했다. 2033년까지 세계 '톱10', 안정적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꿈'을 함께 실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발표 과정에선 아쉬움은 있다. 아무리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강위원들에게는 홍 감독의 선임 사실을 먼저 공지했어야 했다. '비밀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이란 해명은 납득이 안 된다. 그랬다면 '박주호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다. 박주호 전강위원이 왜 그렇게 발끈했는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결국 부풀린 '거짓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았고, 눈덩이처럼 불거져 국회까지 오게 됐다.
적어도 스포츠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A대표팀은 찢어져서는 안된다. 국회의 문제 제기는 자료와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런 증거없이 '망신주기'식, '보여주기'식의 일방적인 매도를 해선 안된다. 그러면 또 다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신경써줘야 할 부분은 많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이미 그라운드 컨디션이 원정경기가 더 낫다고 지적할 정도로 국내 경기장의 잔디는 최악이다. 잔디는 시도지자체의 시설공단이 대부분 관리하고 있다. 이상 기후 '탓'으로 돌리지만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일본은 이 정도는 아니다. 문체위의 이성적인 현안 질의를 기대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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