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만원 부른 고려아연 벌써 72만원…MBK 이러다간 '승자의 저주'
고려아연, 오늘 첫 기자회견…MBK 매수 전략 살피면서 카드 꺼낼 듯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영풍(000670)과 손을 잡은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지분 매수에 나선 고려아연(010130)의 주가가 70만 원을 넘어섰다. 시장가격이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선 탓에 다시 매수 가격을 올리게 되면, 쏟아붓는 자금이 늘어나면서 향후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수익을 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23일) 고려아연의 주가는 72만 3000원으로 마감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달 초까지 50만원대를 유지하다 지난 12일 MBK가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당 66만 원에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이후 폭등했다. 다음날인 13일 전날 대비 19.78% 상승을 시작으로 단숨에 70만 원을 돌파했다.
공개매수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점이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MBK는 최소 144만 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 4881주(14.61%)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입 금액은 9532억∼1조 9964억 원이다.
현재 ㈜영풍 측(장씨 일가)은 고려아연 지분 33.13%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의 지분은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물량을 더해 총 33.09%다. 국민연금(7.57%)과 고려아연 자사주(2.39%)를 제외한 유통 물량 약 22.8%가 공개매수 대상이다.
주목할 점은 고려아연의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인 66만 원을 이미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MBK는 현재 공개매수 가격이 기관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보다 50% 이상 높아 충분히 매력적인 만큼 이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에 기반한 펀드 편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기관투자자들이 일시적 경영권 분쟁에 따른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단기적 수익 실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만일 수익 극대화만을 따진다 해도 현재로선 MBK에 파는 것보다 시장에 파는 것이 수익률이 더 좋다. 유통물량 대부분이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 물량으로 파악되는 만큼 기관 주식을 받아내지 못하면 MBK의 경영권 확보는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단 MBK의 공개매수는 10월 4일까지다.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선 오는 26일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말 MBK는 한국앤컴퍼니(000240)를 공격할 당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당시 2만 원에서 2만 4000원으로 새롭게 제시하고 주주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등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우군 역할에 나서자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 이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예정된 고려아연의 첫 기자회견엔 최윤범 회장이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아닌 이제중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이 나선다. 재무적인 전략보단 고려아연의 역사와 기술력 등을 앞세워 사모펀드 인수 이후 생길 부작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K가 공개매수가를 올리기 전까지 필승을 위한 패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고려아연 측은 "이제중 부회장 및 핵심기술 관련 주요 임원들이 참석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최윤범 회장은 물밑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국내외 투자자와 만나 우군 확보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대항 공개매수는 상대방보다 무조건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실탄은 필수다. 지난 19일 고려아연은 영풍 측과 묶인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법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할 준비를 마쳤다.
MBK 입장에선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경영권을 확보해도 '승자의 저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MBK가 한국앤컴퍼니 사례와 동일한 비율인 20%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올린다면 추가 투입 비용은 최소 1900억 원에서 최대 3993억 원이다.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수익금 축소는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할 경우 주가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것"이라며 "경영권 이슈 종료 후 단기 주가 하락이 당연하다는 점도 양측 모두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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