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홍수 피해 복구됐나'…'北 핵실험'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전날인 23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결심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핵실험을) '언제 할까'는 북한이 전략적 유불리를 따지며 결정할 거고, 미국의 대선 전후도 그런 시점에 포함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듯한 활동 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꾸준히 경고해 왔으며, 미 국무부도 북한의 핵실험 준비는 끝났으며 정치적 결단만 남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장인 풍계리 일대는 지난 여름 수해로 인해 상당 부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이달 초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 7월 말 압록강 범람에 따른 대규모 홍수 피해로 풍계리의 지반이 약화되고 핵실험장 진입로 교량 일부가 유실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과거엔 북한의 핵실험장에 물리적 손상이 있을 경우 핵실험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가량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도 한미는 11월 미국 대선을 계기로 한 핵실험 가능성을 지속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북한이 '과거의 방식과 같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핵실험장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물리적 요인 외에 정치적 측면에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는 것이 '손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당장 미국 대선 전에 핵실험에 나선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수라고 보인다"라면서 "핵실험이 임박한 동향으로 보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겨울이 돼야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오히려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현재 미국 민주당·공화당의 정강에서 '비핵화'가 빠지는 등 북핵과 관련한 분위기가 북한에게 나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라며 "이 상황에서 고강도 핵실험 도발을 해버리면 대북 압박 강화가 미국의 과제가 되는 아이러니가 있기 때문에 북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북한이 올해 '새 외교 전략'을 수립해 '반미 연대'의 외교 활동 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핵실험으로 이를 단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뒷배' 역할을 했던 중국과 러시아도 핵실험이라는 초강수에는 태도를 달리할 수도 있고, 이것이 북한의 우려 사항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과 우려를 계속 상기하는 것은, 북한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의 핵능력 과시 도발을 단행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핵미사일 및 지하 핵실험이 아닌, 나름의 새로운 유형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한미가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대선을 전후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가능한 옵션 중에 하나'라고 보인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긴장을 높여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연구위원은 "7차 핵실험은 시기의 문제라기보다는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 보유가 관건인데, 북한이 아직 기술적으로 소형화를 진전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며 "한미 정부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계속 내는 이유는 '하지 말라'는 대북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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