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오공과 메이트XT, 위기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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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오공'을 실행할 수 있는 콘솔(게임전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 5'가 동이 나고, 최신 그래픽카드와 고속 메모리 판매량도 늘었다는 것이다.
'오공'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플레이스테이션 5' 제작사 소니라는 점은 많은 것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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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소문만 무성하고 모두가 반신반의하던 것이 현실이 됐다. 중국의 화웨이가 출시한 세계 최초 두 번 접히는 스마트폰 '메이트 XT'는 더 이상 '콘셉트'가 아니다. 가격이 375만 원을 상회했는데 사전예약 인원이 600만 명을 넘어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 특유의 '애국 소비'를 고려하면 화웨이 제품의 인기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초고가에 품질과 쓰임새가 불명확하다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단점을 '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대형 태블릿'이라는 매력이 상쇄한 것만은 분명하다.
메이트 XT를 다룬 서구의 리뷰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16 시리즈를 비교군으로 거론한다. 최소한 중국 시장에선 중국 제품이 더 이상 애플에 뒤지지 않음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더 긴장해야 할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미 폴더블폰을 제조하는 삼성전자일 수도 있다. 이미 아너·오포·샤오미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중국 회사들의 '우리가 더 얇다'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데 폼팩터(제품 형태)마저 선도적 역할을 뺏긴 꼴이다.
메이트 XT의 성공은 묘하게도 게임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과 시점이 겹친다. 국제 PC게임 유통망 스팀에서만 2,000만 장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메이트 XT와 달리 '깜짝 성공'은 아니다. 수년간 개발 정보를 꾸준히 공개하고 '게임스컴' 등 서구 게임쇼에도 여러 차례 등장해 화려한 시각효과로 전 세계 게이머의 눈도장을 찍었다. 실제 나온 게임 또한 기대치에 부응했다는 평가다. 서유기라는 중국 고전을 가공해 내놓은 작품이다 보니, 게임에 경계심이 강한 중국 정부조차 칭찬 논평을 낼 정도다.
현재 중국에서 '오공' 열풍이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불러일으킨 열풍에 비견할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오공'을 실행할 수 있는 콘솔(게임전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 5'가 동이 나고, 최신 그래픽카드와 고속 메모리 판매량도 늘었다는 것이다. 2017년 당시 배틀그라운드의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국내 PC방이 기기 성능을 끌어올린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두 사례가 '중국의 개발·기획 능력이 한국을 따라잡았다'는 점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중국 소비시장이 '프리미엄' 제품을 떠받칠 만큼 탄탄함을 암시하기도 한다. 중저가 폰과 모바일·부분유료화 게임을 주로 소비하던 소비자들이 300만 원이 넘는 휴대폰에 기꺼이 돈을 쓰고, 게임에 관심조차 없던 소비자들마저 고가 게임기와 '트리플A급' 대작 게임에 지갑을 연 것이다.
'오공'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플레이스테이션 5' 제작사 소니라는 점은 많은 것을 상기시킨다. '히어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18년부터 중국 내 게임 개발사의 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중국 시장을 꾸준히 노크해 왔는데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소니는 중국에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 인도에서, 올해 중동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성공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인큐베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모든 투자가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중국과 인도, 남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가능성 있는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 서구가 세계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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