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선 심장 노화 빨라진다

이종현 기자 2024. 9. 2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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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
존스홉킨스大 김덕호 교수 연구진
김덕호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인체 심장조직 바이오칩을 만들고 있다. 바이오칩은 작은 기판 위에서 생체 물질의 반응을 실험하는 장비다. 인체 심장조직을 바이오칩으로 만들어 우주 공간에 보낸 건 김 교수 연구팀이 처음이다. /존스홉킨스 의대

한국인 과학자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인간의 심장은 우주 공간에서는 갑자기 노화가 심해진 것처럼 급속도로 약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갈 수 있다고 해도 당장 심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0일 동안 인간 심근세포로 실험한 결과, 수축하는 힘이 현저하게 줄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부정맥은 우주비행사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예컨대 1987년 옛 소련의 알렉산더 라베이킨은 우주정거장에 머물다가 부정맥이 발견돼 지구로 조기 귀환했다. 최근 들어 달과 화성을 목표로 하는 우주 탐사가 본격 추진되면서 장기간 우주 체류가 심장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살피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하거나, 접시에서 키운 인간 심장 세포로 한 실험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진은 다 자란 세포를 거꾸로 분화시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들었다. 이 세포를 다시 심근세포로 자라게 하고, 이를 담은 바이오칩을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연구진은 우주와 지구의 바이오칩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지구에서 심장 박동은 1초마다 이뤄지지만, 우주에선 5배나 더 느려졌다. 우주로 간 세포는 심장 질환의 특징인 염증과 산화 관련 유전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덕호 교수는 “우주 비행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마치 노화가 심혈관 건강에 끼치는 것과 유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 미세중력에서 심장을 보호할 약물 실험 장치도 지난해 우주로 보냈다”며 “우주에서 통하는 약물은 지구에서 나이 든 사람이 심장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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