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 무료라며?”…배달시키면 1300원 더 내라는 ‘이중가격제’의 불편한 진실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2024. 9. 2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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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가격제, 단기 마진율 높일 수 있지만…경쟁 상황 속에서 장기적으로 결국 자충수”

최근 외식업계 ‘이중가격’ 논란이 한창이다.

이중가격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배달 메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인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등 음식점 절반 이상(58.8%)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배달메뉴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이중가격제 흐름이 공공연해지는 모양새다.

앞서 소비자원은 2021년 조사에서도 주요 5개 햄버거 브랜드 가운데 주요 4개 업체의 배달 주문 제품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비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이중가격제를 도입,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메뉴 가격보다 500원 가량 더 비싸게 책정했다.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배달용 햄버거 세트 메뉴 가격을 1300원 높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놓고 이중가격제를 적용하면서 식당 음식과 배달음식 가격의 이원화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이중가격제를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이 법적 의무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부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제외하면 일반 음식점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하고 더 비싼 가격, 식당과 다른 가격을 지불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일상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중가격제를 운영하는 가게 가운데 65%는 배달앱 내 가격이 매장과 다르거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면으로 주문하는 배달음식 특성상 소비자들이 배달 메뉴 가격이 매장 메뉴 가격과 다른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등을 알기 어려운 지점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2021년 외식업체 대상 조사 이후 배달 주문과 매장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명확하게 알릴 것을 업체들에 권고한 바 있으나, 여전히 깜깜이 이중가격제가 시장에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들은 배달앱 수수료, 배달비 부담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달앱 수수료가 전체 식당 운영에서 차지하는 부담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서도 각종 비용 인상으로 메뉴 가격을 올린 식당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35%가 식재료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 다음은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2.81%),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2.19%), 고용난으로 인한 업무인력 부족(1.40%) 등이었다. 배달 수수료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은 0.61%에 그쳤다.

결국 업계에서는 원자재 등 물가,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식당들이 고객 부담 배달비를 늘리거나 매장보다 배달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식 등을 통해 마진율을 높이고자 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차이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배달 주문을 줄이기 시작하면 결국 이는 외식업계에 독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장 메뉴가격보다 배달메뉴 가격을 높인다거나 고객 부담 배달팁을 동종 메뉴 가게들 또는 이전 배달팁보다 높일 경우 장기적으로는 배달 주문 고객 감소 및 배달 매출 감소로 이어져 결국 수익성 악화해 식당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배달앱들은 고객들이 체감하는 배달물가를 안정시키면서도, 업주들이 고객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추가적인 매출 확대 채널이 될 수 있는 배달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고객들의 신뢰가 필수적"이라면서 "이중가격제는 단기적으로 마진율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시장 경쟁 상황 속에서 장기적으로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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