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안주면 최고 3배 배상… 상습 체불 사업자 ‘징벌적 손배’ 추진

주애진 기자 2024. 9.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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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 개정안 본회의 처리 앞둬
올 상반기 체불액 사상 첫 1조 넘어… 전체 금액 60% 이상이 상습적 체불
근로자 임금 가족에게 몰래 주는 등… 수차례 처벌받고도 불법 행위 반복
배상 확대-반의사불벌죄 제한 등… 여야 합의 속 본회의 통과 무난할듯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과 노동 약자를 위한 전국 고용노동관서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올해 상반기(1∼6월) 임금 체불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기면서 연말까지 연간 체불액이 2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상습 체불 사업주에게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등 임금 체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체 임금 체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습 체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상습 체불 증가에 체불액 연 2조 원 육박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금 체불액은 1조4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32억 원보다 약 27% 늘어난 금액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체불액이 1조 원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체불액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조7845억 원을 넘어 2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임금 체불 급증 배경에는 경기 둔화의 여파뿐만 아니라 사업주들의 임금 체불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음에도 주지 않거나, 수차례 처벌을 받고도 다시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에 고용부는 임금 체불이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달 11일 고용부 경기지청은 벌금을 17번 받고도 다시 임금을 체불한 인테리어 건설업자(50)를 구속했다. 이 업자는 경기 지역에서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현장별로 인력소개업체를 통해 일용근로자를 하루에서 사흘씩 고용했다. 이후 발주처에서 공사대금을 대부분 받은 후에도 근로자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상습적으로 체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청은 해당 건설업자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임금 체불과 관련해 343차례 신고당했고, 밀린 임금 대부분을 청산하지 않아 벌금형을 17차례나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22일에는 근로자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가족에겐 수백만 원의 ‘가짜 월급’을 챙겨준 경기 지역 한 건설업체 대표가 적발됐다. 고용부는 이 대표에 대해 2021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10억 원이 넘는 임금을 체불했다는 신고를 받고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그 결과 신고된 것 외에 4억9500만 원 규모의 추가 체불액을 확인했다. 이 대표가 근로자 임금은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부인과 며느리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매달 수백만 원의 월급을 챙겨준 사실도 드러났다.

● 상급 체불자에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12일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퇴직자에게만 적용하는 체불액 지연 이자 지급 규정을 재직 근로자에게도 적용하고, 임금 체불로 명단 공개 대상이 된 사업주가 공개 기간에 다시 임금을 안 주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임금 체불 사건의 경우 밀린 임금 지급을 우선시하기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는데 상습 체불 사업주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환노위에서 처리된 만큼 국회 본회의까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핵심은 전체 임금 체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습 체불에 대한 처벌 강화”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금 체불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용부는 임금 체불을 줄이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퇴직금의 경우 회사 재무 상황이 악화되면 지급하기 어려운 반면 퇴직연금은 평소 금융기관에 적립금을 쌓아두기 때문에 미지급이나 체불 위험이 없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퇴직금이 전체 체불액의 40%를 차지한다”며 “퇴직연금으로 바뀌면 (체불액이) 최소 절반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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