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실적 노린 대형GA… 부당 승환 3500건 적발

강우석 기자 2024. 9.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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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노모 씨(42)는 4년 전 독립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암보험 상품을 갈아타는 '승환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다섯 곳의 대형 GA를 검사한 결과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규 계약을 모집하면서 3502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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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영입 지원금 경쟁에
기존 보험 해지후 다른 보험 유도
상품 설명 부실로 소비자 피해

주부 노모 씨(42)는 4년 전 독립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암보험 상품을 갈아타는 ‘승환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존 상품의 월 보험료가 대폭 인상됐는데 설계사가 “보장 조건이 동일하면서도 보험료가 1만 원 정도 저렴하다”며 해당 상품을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현명하게 보험을 잘 갈아탔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3년 뒤 유방암 항암 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진단금을 청구했는데 소액암(일반암 진단비의 10∼20%만을 보장하는 치료가 간편한 암)이란 이유로 진단금을 2000만 원만 받게 된 것이다. 노 씨는 “보험을 갈아탈 때 이전 상품과 조건이 똑같다고만 했고 유방암이 소액암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친정어머니의 유방암 병력이 있어 신규 상품에 그런 조건이 있었다는 점을 알았다면 승환 계약을 안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기존 상품을 유지했다면 7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던 터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볼 생각”이란 말도 덧붙였다.

최근 2년여 사이 대형 GA에서 3500건이 넘는 ‘부당 승환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다섯 곳의 대형 GA를 검사한 결과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규 계약을 모집하면서 3502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설계사들은 노 씨의 사례에서 보이듯 기존 계약의 차이점, 중요 사항 등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 승환계약’이란 설계사가 실적과 판매수수료 등을 위해 고객에게 기존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회사 보험에 신규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 현행법에서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GA의 보험설계사 영입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부당 승환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계약과 신계약의 중요 사항을 비교, 안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설계사들이 소속 GA를 옮기면서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는 관행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설계사가 실적 달성을 위해 새로운 보험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9개의 GA가 경력 설계사 1만4901명에게 지급한 정착지원금은 총 2590억 원이었다. 설계사 한 명당 평균 1738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된 셈이다.

소비자는 기존 보험계약을 해약하면 납입 보험료보다 적은 해약환급금을 받는 등 손해를 볼 수 있다. 신계약으로 보험료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해당 기관과 설계사에 대해 과태료, 업무 정지 등의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부당 승환계약 자체를 예방하기 위해 GA 업계의 내부통제 체계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GA 업계의 이 같은 관행이 소비자 피해로 전이되고 있어 엄격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당 승환계약
설계사가 고객에게 기존에 가입한 보험 상품을 부당하게 해지시키고 신규 상품에 가입하게 하는 행위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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