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씨 마른 송이버섯… 양양 1등품 달랑 5송이뿐
“다 나온 거 맞아? 송이 어딨어?”
지난 20일 강원 양양군 양양속초산림조합 버섯 공판장. 조합 직원들이 올가을 설악산 등에서 캔 송이버섯을 내놓자 상인들이 술렁였다. 선물용으로 쓰는 1등품은 바구니 안에 달랑 5송이뿐이었다.
이날 올 들어 처음 송이버섯 공판이 열렸다. 매년 대목인 추석 전에 첫 공판이 열렸는데 올해는 폭염 때문에 버섯이 없어 이날에야 첫 공판이 열렸다. 조합 관계자는 “송이가 이것밖에 없어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공판을 열었다”며 “전국에서 온 상인들 보기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상인 김돈성(76)씨는 “올해 더위로 송이가 없다는 얘긴 들었는데 이 정도로 없을 줄은 몰랐다”며 “정말 금(金)송이가 따로 없다”고 했다.
이날 공판에 나온 송이는 3.34㎏으로 역대 가장 적었다. 지난해 첫 공판에는 송이가 21.37㎏ 나왔는데 그 6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물량이 적어 부르는 게 값일 줄 알았는데 낙찰가는 지난해와 비슷했다. 조합 관계자는 “적어도 1㎏은 돼야 상품으로 포장해 팔 수 있는데 너무 적게 나와 오히려 제값을 못 받았다”고 했다.
‘가을 산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송이버섯은 20년 이상 된 소나무 숲에서 주로 발견된다. 일조량과 일교차, 토질 등이 딱 맞아야 자라기 때문에 귀하다. 강원도 양양, 고성, 강릉 등이 주산지다. 1등품은 낙찰가가 1㎏에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땅속에 있던 버섯 포자는 날이 서늘해지는 9월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낮 최고기온이 26도를 넘으면 포자가 발아가 안 되고, 30도를 넘으면 포자 자체가 녹아 썩어버린다고 한다. 비도 적당히 내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양양 지역의 평균기온은 26.9도로 작년 8월(24.9도)보다 2도가량 높았다. 지난달 총 강수량도 35.5㎜로 작년 8월(431.5㎜)의 12분의 1에 그쳤다.
송이가 사라져 다음 달 3일부터 열릴 예정인 ‘양양 송이 연어 축제’도 비상이 걸렸다. 양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송이가 없어 올해는 연어 축제로 치러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양양 지역 농민들은 이번 주가 올해 송이 물량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성진(71)씨는 “추석 대목은 지났지만 늦게라도 송이가 나오길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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