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피스텔 거래 20% 늘어… 곳곳 역대 최고가
서울 오피스텔 매매 가격이 2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고금리와 전세 사기 여파,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는 규제까지 맞물려 냉기가 돌던 오피스텔 시장이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세에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기업이 밀집한 도심에선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려는 ‘직주근접(職住近接)’ 수요가 늘고, 월세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좋아져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사들이는 사람도 많아졌다. 거래량이 늘면서 일부 오피스텔에선 역대 최고가 계약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고, 정부가 신축 오피스텔을 사들이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해 투자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래량 20% 늘고 곳곳 ‘역대 최고가’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 가격 지수 변동률은 0.03%로 집계됐다. 서울 오피스텔 가격이 전월보다 오른 것은 2022년 8월(0.01%) 이후 2년 만이다. 오피스텔은 2020~2021년 집값 급등기 때 아파트에 집중된 각종 규제를 피해 투자하는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해 세금을 물리는 규제를 가했지만, ‘패닉 바잉’ 열풍이 워낙 강해 가격 강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비(非)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빌라와 더불어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도 급감했다.
그러나 올 들어 서울 인기 주거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고, 거래도 활발해졌다. 서울 오피스텔의 올해 1~8월 거래량은 이날 기준 6705건으로, 전년 동기(5576건)보다 20.2% 증가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매매 가격이 하락 폭을 줄이더니 지난달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부동산원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교통 여건이 좋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양천·동작구 등이 있는 서남권(0.09%)이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마포·서대문·은평구 등이 위치한 서북권(0.06%)도 강세를 보였다.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한 중대형 면적 오피스텔의 경우 2020~2021년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거래도 나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우림필유’ 전용 76㎡는 지난 7일 9억3000만원에 거래돼 2020년 최고가(7억75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넘게 뛰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파크센터’ 전용 114㎡도 지난달 17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직장인이 많은 강남과 여의도 등에선 소형 오피스텔 가격이 강세다. 강남구 논현동 ‘강남파라곤’ 전용 55㎡는 지난달 9억2000만원에 거래돼 2021년 최고가(7억6850만원)보다 20% 올랐다.
◇월세 강세에 수익률도 5년 만에 ‘최고’
전세 기피로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오피스텔 투자 수요를 끌어올렸다. 8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평균 보증금은 2294만3000원, 월세는 90만1000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45.0%(711만5000원), 13.0%(10만4000원) 오른 금액이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8월 4.87%로 2019년 7월(4.87%)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높다.
서울 오피스텔 역시 아파트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4057실로 지난해(1만4479실)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내년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은 올해보다 더 줄어든 2613실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8·8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준공된 소형(전용 60㎡ 이하) 신축 오피스텔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기로 하면서 신규 분양 오피스텔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 은행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 자산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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