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술관서 소장 중인 고려시대 사리구, 한국서 볼 수 있게 하겠다”

허윤희 기자 2024. 9.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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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유유 亞미술부장 인터뷰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한국실과 한국 유물을 총괄하는 크리스티나 유유 아시아미술부장. /김지호 기자

148년 역사를 간직한 미국 보스턴미술관은 최근 두 가지 이슈로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 하나는 이 미술관 소장품인 고려 시대 ‘라마탑형 사리구’에 담긴 고려 스님의 사리가 지난 4월 국내로 돌아온 것. 또 하나는 지난 3월 개막해 4개월간 대대적으로 열린 ‘한류’ 특별전 소식이었다. 한국 대중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열린 건 처음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크리스티나 유유 보스턴미술관 아시아미술부장은 본지와 만나 “한국 관람객들이 라마탑형 사리구를 감상할 수 있도록 대여하기로 하고 한국 정부와 세부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14세기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은제 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라마탑(티베트 불교 형식의 탑) 모양의 용기. 그 안에 작은 사리구 5기가 있고, 그 속에 부처 진신 사리와 당대 고승(高僧)인 지공·나옹 스님의 사리 4과가 담겨 있었다. 보스턴미술관은 1939년 일본 고미술상인 야마나카 상회를 통해 이 사리구를 구입했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출처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지난 2009년 사리와 사리구를 돌려받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15년 만에 사리만 기증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14세기 고려 시대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높이 22.2㎝). 앞에 놓인 팔각당형 사리구(높이 5㎝) 5기가 내부에 안치돼 있었다. /보스턴미술관 홈페이지

유유 부장은 “보스턴미술관은 사리구를 ‘합법적으로 습득했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하지만 1939년 습득 이전의 역사에 대한 정보가 없다. 출처에 대해선 연구자들의 연구를 통해 더 파헤쳐야 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대여해 한국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사리구는 한 나라의 대사 역할을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작품이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 관람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스턴미술관의 한국 미술품은 수준 높기로 유명하다.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실이 설립됐고 고려청자, 불화, 불교 조각 등 1000여 점의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 명품이 많다. ‘은제 금도금 주전자 및 승반’ ‘고려 나전칠기’를 비롯해 라마탑형 사리구도 그 중 하나. 지난 2012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한국실 내부를 말끔하게 단장했다. 유유 부장은 “지난 몇십년간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 한국을 알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졌다”며 “한국의 예술과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도 경이롭다”고 했다.

보스턴미술관에서 열린 '한류' 특별전에서 선보인 달항아리. /보스턴미술관 홈페이지

이곳에서 열린 ‘한류’ 특별전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그는 “유서 깊은 미술관에서 왜 대중문화 전시를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면서 “전시를 기획하면서 크게 두 가지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한류와 한국 미술사를 어떻게 잘 연계할지가 첫째. 달항아리 등 한국 역사와 관련된 12점을 함께 전시해 한국 문화의 맥락을 보여줬다. 둘째는 디아스포라(이민자)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인 만큼 교포들의 경험을 최대한 녹여내자는 것이었다. 그는 “티머시 현수 리, 줄리아 권 같은 재미 교포 예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했고, 교포 2.5세대인 미술관 직원의 가족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풀어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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