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결국 나한테 돌아온다

이재국·방송작가 2024. 9.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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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아내와 함께 청량리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 요즘은 대형 마트보다 재래시장을 더 자주 간다. 주차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것저것 볼거리 먹을거리 많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없다. 거짓말 안 하고 우리 동네 마트에서 한 개에 만원 하는 애플망고가 시장에서는 3개에 만원이다.

차 타고 가면서 입이 심심하길래 졸릴 때 씹으려고 준비해 둔 껌을 씹으면서 갔다. 시장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자주 가는 단골 식당에 가서 배추전에 안동국시를 한 그릇씩 먹었다. 과일과 생선, 그리고 송편과 전 몇 가지를 사 가지고 주차장으로 왔다. 차 트렁크를 열고 장바구니에 담긴 검은 봉지를 나눠 싣고 트렁크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운전석으로 걸어가는데 뭔가 끈적한 것이 내 신발 뒤축을 잡아끌었다. ‘뭐지?’ 기분이 이상해서 보니 내 신발 뒤꿈치에 껌이 붙어 있었다.

“에이 뭐야? 껌 밟았나 보네!” 기분 나쁜 말투로 혼잣말을 했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가 한마디 했다. “그거, 아까 당신이 뱉은 껌 아냐?” 내 기억 회로를 돌려봤다. 운전하면서 껌을 씹었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릴 때 단물이 다 빠진 껌을 뱉고 싶었던 게 생각났다. 차 안에 마땅한 종이 쪼가리가 하나도 없어서 ‘그냥 삼킬까?’ 짧은 순간 고민하다가 차 트렁크가 있는 뒤쪽에 뱉었던 게 생각났다.

이전에도 껌을 씹다가 뱉을 곳이 마땅치 않을 때면 그냥 꿀꺽 삼킨 적이 많았다. 그런데 어쩌다 하루, 삼키기도 애매하고 근처에 쓰레기통도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껌을 뱉은 적이 있었다. 그날도 껌을 뱉었다는 걸 까먹고 하루 종일 사람들 만나고 저녁 술자리까지 갔다가 집에 왔는데 다음 날 보니 신발 바닥에 껌이 붙어 있었다.

내가 아무 데나 껌 뱉으면 결국 내가 껌을 밟고, 내가 아무 데나 침을 뱉으면 결국 누군가 뱉은 침이 내 차에 묻어 있었다. 결국 모든 건 돌아온다. 좋은 일도 돌아오고 안 좋은 일도 돌아온다. 그날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며칠이 걸려서라도 결국에는 돌아온다. 그걸 깨달아 놓고 또 같은 실수를 하다니. 이제 껌을 삼키면 삼켰지 아무 데나 뱉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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