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 청소년 학교가 ‘환영’ 아닌 ‘기피’ 대상이라니

조선일보 2024. 9. 2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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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의 탈북민 대안학교 여명학교 복도 벽에 "통일이 되면 학교를 세우고 싶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등 학생들이 통일과 관련해 적어놓은 문구들이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서울의 여명학교가 오는 27일로 개교 20주년을 맞는다. 언어·문화 문제로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교회 23곳이 힘을 모아 서울 봉천동 상가 건물에 처음 문을 열었던 학교다. 그간 이 학교는 우여곡절 끝에 두 번 이사했다. 지금은 작년 8월 강서구에 있는 폐교한 초등학교 자리로 임시 이전한 상태다. 그런데 이 자리에 다른 기관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2026년 2월이면 학교를 비워줘야 한다고 한다. 학교 측은 “어디로 옮겨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학교가 이전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일부 지역 주민 반대 때문이다. 이 학교는 2019년 운동장이 있는 학교 건물을 지으려 했지만 해당 부지에 혐오 현수막이 걸리고 구청에 ‘이전 반대’ 민원이 빗발쳤다고 한다. 집값에 악영향을 줄까 봐 이런다고 한다. 당시 여명학교 교감이 “무릎 꿇어 줄 어머니마저 없는 탈북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란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지만 주민 반대 여론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지금의 자리로 임시 이전했는데 주민들을 자극할까 봐 이사도 한밤중에 하고 두 달 동안은 학교 간판도 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부지를 서울 밖에서 찾을 수도 없다. 여명학교는 서울교육청이 유일하게 인가한 탈북 청소년을 위한 중·고등학교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고졸 학력을 인정받는다. 그런데 대체 부지를 서울 밖에서 찾으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정규 학력 인정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학교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간 여명학교는 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사, 간호사도 있다. 지금은 100명이 중·고교 과정을 밟고 있다.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한쪽만 있는 학생이 적지 않다. 중국 등지에서 오랜 기간 머물다 들어와 한국말이 서툰 학생도 많다. 여명학교는 그런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 시설이다. 학생들에 의한 범죄도 확인된 것이 없다. 이렇게 필요하고 좋은 일을 하는 학교를 기피 시설처럼 여기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인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 서울교육청과 지자체들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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