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어떻게 만들라고”…中과 무역충돌에 영세 조선사들 비상 걸렸다는데
수입비중 50%인 중소 조선사
20% 싼 후판 못쓰면 타격 커
철강업계 “中밀어내기 못버텨”
철강업계는 자국 산업을 위해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현대제철의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가 받아들여질 경우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견·중소 조선 기자재 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 여파로 선박 건조 원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약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소재로 선박 외장재로 주로 쓰이지만 선박 내 보일러와 연료탱크 등 선박 기자재 분야에도 활용도가 높다. 국내산보다 t당 약 20만원가량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면 원가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국내산 보다 18% 가량 저렴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산 후판이 반덤핑 관세를 얻어맞으면 이런 원가 절감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조선 기자재 업체의 경우 중국 업체에 부과하는 반덤핑 관세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결국 선박 건조의 전반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게 조선업계의 목소리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은 평균 약 20%에 이른다. 조선업계는 반덤핑 조치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후판에 대한 국내 의존도가 커질 경우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중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등 상대적으로 저가 선종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반덤핑 조치로 후판 비용이 상승하면 중국과의 선박 경쟁은 더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밀어내기를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중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물량이 최근 전 세계에 대거 풀리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올 8월 누적 기준 81만t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량의 73% 수준에 달했다. 올 상반기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약 69만t으로 이미 2022년 한해 수입량을 넘어섰다.
조선업계의 우려를 풀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조선사들이 ‘보세공장 제도’를 활용하면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이번 반덤핑 제소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보세공장 제도는 수입신고 없이 외국 원재료를 국내 공장에 반입하여 제조·가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 조선사들의 원자재 수입 통관 방식은 수입신고와 사용신고로 나뉜다. 수입신고는 외국물품을 내국물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세와 부가세 납부하는 보편적인 신고 방식이다. 사용신고는 원자재 수입 시 과세를 유보하고 지정된 보세공장에서 작업해 수출하는 방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보세공장을 활용해 해외에서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어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덕분에 정부에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사용신고 방식을 쓰지 않는 상당수 조선사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수입 방식과 관계 없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철강무관세 협정 원칙을 적용해 사실상 무관세로 수입을 해왔다. 다만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신고 방식은 기존의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다수의 조선사가 수입신고 방식으로 철강재를 들여오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실제로 받아들여지더라도 수입신고 방식을 써왔던 조선사들이 사용신고 방식으로 전환하면 기존처럼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 부과 적용시 수입 방식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새로운 통관 방식을 적용하려면 시스템 구축, 추가 인력 고용, 인력 재배치 등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하반기 후판 공급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타협점을 찾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는 올 상반기 후판 협상에서 한발 물러나 공급가격을 낮췄지만 더 이상의 양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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