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AI 2차 열풍을 대비할 때다
최근 실리콘밸리는 뜨거웠던 인공지능(AI)을 향한 열기가 한 김 식으며 어딘가 모르게 축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다. 최근 마운틴뷰에서 열린 AI 모임에서 만난 한 개발자는 “AI만 갖다 붙이면 저절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지난해와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며 “투자자들은 냉정한 표정으로 ‘그래서 수익은 언제부터 낼 수 있는가’를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고 했다. 작은 동네 커피숍에서 개발자와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모이는 이 모임은 지난해엔 개발자와 투자자 비율이 적어도 반반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투자자의 비율은 전체 참가자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날 만난 참가자 중 AI 열풍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거대 AI 모델, 데이터센터 등 기초 설비에 쏠렸던 희열감이 AI 응용 서비스로 넘어오고 있고, 모두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AI 서비스와 훨씬 단단해진 2차 열풍이 조만간 몰아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의 연례 콘퍼런스인 ‘드림포스 2024′는 이 같은 2차 열풍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세일즈포스가 올해 내세운 신규 서비스는 단 하나. 코딩 전문 인력이 없는 기업체라도 나만의 AI 비서를 뚝딱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에이전트포스’였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현장 4만5000명의 참가자를 향해 “우리의 AI는 복잡한 고객들의 요구를 전문 요원처럼 해결해 줄 것”이라며 “(사람을 대체할 수준의) AI 비서를 사용하는 느낌은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타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일즈포스의 시장 진출 선언이 무서운 것은 이들이 세계 15만 기업을 고객으로 둔 세계 최대 CRM(고객 관계 관리) 기업이라는 데에 있다. AI 전환에 관심 있는 방대한 기업 고객을 상대로 만들기 편하고 성능까지 뛰어난 AI 비서를 제공할 경우, 이는 거대한 수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니오프 CEO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를 현장에 배치했고,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AI 비서를 구축하고 가시라”고 독려하며 “내년 이쯤엔 10억 개의 AI 에이전트를 지원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우려해 온 AI의 인력 대체는 투자 열기가 식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기업들 역시 ‘기업용 AI 비서’를 차세대 수익원으로 꼽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8일 미 2위 통신사 T모바일도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고객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콜센터 직원부터 사무실 서무 등 직책이 속속 AI로 전환되는 거대한 인력 변화의 실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AI 광풍은 잠시 주춤했을지 몰라도, AI가 사회에 미치는 충격을 대비하는 우리의 고민은 더욱 치열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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