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소수정당 "금투세, 유예 없이 시행해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대표적 시민단체와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원내 소수정당이 한목소리로 금융투자소득세의 유예 없는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야4당과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복지재정위원회는 23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금투세 시행까지 딱 100일이 남았다. 이제는 금투세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며 "도입 당시에는 합의했다가 뒤늦게 시행을 한 차례 유예해놓고 재차 유예, 나아가 폐지를 거론하는 거대 양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존 금융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투세가 도입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꼬박꼬박 세금 내는 근로소득세처럼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해야 마땅하다"는 기본적 원칙을 우선 지적했다.
이들은 "일각에서는 '금투세 시행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하고 과장된 주장"이라며 "흔히 인용하는 대만 사례는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3개월만에 최대 50%의 세금을 전격적으로 부과하려다 실패한 경우로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 의뢰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는 금투세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투자유형, 금융상품에 따라 다른 세율이 부과되던 복잡한 과세체계를 정비한 것을 두고 '사모펀드에 대한 감세'라는 주장도 있다"고 금투세 반대진영 일각의 음모론을 언급하며 "하지만 펀드 환매 이익 중 주식형이 아닌 투자자산 환매 이익에만 해당되는 사례이며, 실제 사모펀드 투자자 중 금투세를 적용받는 개인 투자자는 3%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같이 아무 대안 없이 금투세 폐지를 외치는 것은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유예 검토' 또한 과세 정상화를 늦출 뿐"이라고 양당을 비판했다. 이들은 "근로소득은 철저히 과세하면서 금융소득은 과세하지 않는 이유,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금융과세체계 개선을 반대하는 이유,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가시화되고 자산불평등이 심화되는데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미뤄야하는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참여연대의 2024년 세법개정안 국민여론조사(8.2)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금투세 폐지 방안에 반대하는 응답은 46%로 절반 가까이였고 5월말 여론조사에서는 주식투자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7%로 과반"이라며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자감세 정책만 발표하고 있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13조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이미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금투세를 두고 당내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고 양당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보였다.
신 소장은 "만약 금투세 시행을 위해 보완할 점이 있었다면 2년 간의 충분한 유예기간 동안 해두었어야 한다"며 "시행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무책임한 논의만 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신 소장은 "공정과세를 위해 당연히 도입되어야 하고, 이미 국회에서 합의한 금투세마저 시행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어떤 돈으로 부자감세한 재원을 메꾸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서 민생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사실상 민주당을 겨냥했다.
경실련도 이날 별도 논평에서 "최근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금투소득세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시행과 유예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금투세 시행 여부는 민주당이 여전히 개혁 정당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하는 일부 국회의원은 지금이라도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의 개정, 공개의무매수제 도입,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을 위한 입법에 나서서 금투세 시행과 함께 이들 개혁 법안이 시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실련은 "금투세 폐지나 유예를 주장하는 측은 금투세 시행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어떤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우리 사정에 부합하지 않은 해외 사례로 공포와 선동만 일삼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합리적인 입법부라면 이런 선동에 좌지우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특히 "금투세 도입은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듯 '시장에 선(先)반영'된다"며 "따라서 금투세 도입이 정말 한국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미 금투세 도입이 결정된 순간 그리고 유예가 확정된 순간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급등하는 반응이 있어야 했지만, 이런 이벤트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도입 입법 후 코스피가 상승하고 유예 확정 이후에는 하락했다"고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신승근 소장이나 경실련 논평에서 언급됐듯이, 이날 기자회견은 이튿날인 24일로 예정돼 있는 민주당의 금투세 관련 당내 정책토론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새롭게 도입한 '정책 디베이트' 방식 의원총회의 첫 사례로 금투세 도입 유예 여부를 놓고 찬반 각 5명씩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공개 토론을 한다. 국회의원 재적 300명 중 170석 의석을 보유한 원내1당 민주당의 방향을 결정하는 토론이라는 점에서, 당내 토론이지만 사실상 금투세 시행 유예 여부가 판가름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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