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그냥 쓰세요”
헌혈을 할 때마다 금전적 보상이라는 인센티브를 주면 헌혈 인구가 늘어날까요?
단순히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만,
행동경제학 연구자로 UC 샌디에고 교수인 유리 그니지는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헌혈을 하는 이유는, 돈을 받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혈액 은행을 도우기 위해서인데
그 행위에 돈을 받으면 순수한 의도가 흐려지고, 남들이 자신을 푼돈에 매혈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간 헌혈을 하지 않았던 저소득층의 경우,
금전적 보상이 동기가 되어 헌혈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돈으로 보상했는데 헌혈 인구는 왜 줄었을까
나를 믿으려면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대만 소설가 천쉐(陳雪·54)의 산문집 ‘오직 쓰기 위하여’(글항아리)에서 읽었습니다.
부제가 ‘글쓰기의 12가지 비법’입니다.
중화권의 대표적인 퀴어 문학 작가로 꼽히는 저자는
1998년 어머니의 병, 생계 문제 등으로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심리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네요.
가족 문제든 일 문제든, 누군가 당신을 대체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의 삶에서는 누구도 당신을 대체할 수 없다고요. 당신의 글쓰기는 오직 당신 자신만이 할 수 있어요. 글을 쓰지 않는 대가도 오로지 당신 스스로 치러야 하고요. (…) 먼저 자기 자신이 되어야만 다른 사람도 책임질 수 있어요.
이후에도 몇 번이나 위기가 찾아왔지만, 저자는 “나 자신이 되어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을 떠올리며 글쓰기를 놓지 않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2~2009년 장편소설 네 권을 세상에 내놓았고,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계속 썼다네요.
2011년 드디어 저서가 열 권을 넘어서면서 깨달았답니다.
나는 지금까지 줄곧 열심히 글을 써 왔고, 내가 쓴 장편과 단편 하나하나가 이어져 긴 강을 이루었으며, 그 강이 나를 싣고 머나먼 곳까지 데려왔다는 걸. 좋은 일이 찾아오든 힘든 일이 닥치든, 나는 언제나 글쓰기에 의지해 나 자신을 다잡는다. 글쓰기는 내 발밑에 있는 한 조각 땅이다. 아무리 조그맣다 해도 나는 그 땅에 의지해 일어설 수 있다.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러 권의 책을 쓴 비결은 무엇인가요?’
글쓰기에 관한 책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이 이렇게 답합니다.
그냥 쓰세요.
나 아니면 쓸 수 없다는 믿음. 오늘 Books가 소개하는 책들도 그 믿음의 결과물일 겁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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