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64] 영원한 어린이
어른으로 산다는 건 참 피곤하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 일해야 한다.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까지 주변에 챙기고 눈치 봐야 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하지만 큰 장점도 하나 있다. 바로 성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독립성이다. 기름진 야식을 밤 12시에 주문해도 되고, 씻지 않고 주말 내내 OTT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낭비해도 된다. 책임은 많아지지만, 그만큼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자율성 역시 늘어나는 게 어른으로서의 삶이니 말이다.
물론 삶이 고달프고 힘들 땐 생각하게 된다. 다시 아이가 되어 부모님의 보호 아래 아무 생각 없이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부모님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던 어린 시절. 어쩌면 우리의 이런 꿈이 인공지능 덕분에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2023년 챗GPT의 등장과 함께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가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보인다.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더 현명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어린아이 같은 삶을 살게 될 수 있다. 인간을 대신해 인류의 문제를 풀어주고,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을 교정하도록 만들어질 미래의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늦은 밤 야식 주문은 자동으로 차단하고, 매일 운동과 식사, 그리고 수면 시간을 정해줄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간이 기계에게 정해준 목적 함수 덕분이다.
의식주를 해결해주고, 우리를 철저히 보호해줄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인류. 다시 어린아이 같은 삶을 살게 될 인류는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어린 시절 우리는 나중에 어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님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 ‘어린이’에게는 ‘어른’이 될 희망이 없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부모 아래 영원한 아이로 미래 인류는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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