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한동훈의 갈지자 정치개혁 행보
정치인·토호 정경유착 반복 우려
국민 눈높이 맞는 정치개혁 아냐
접지 않으면 실망감 더욱 커질 것
“2002년 대선 직후 터진 대선자금 사건은 나로서는 뼈아픈 실수이고 국민 앞에 너무나 부끄러운 치욕이었다. 후보인 나는 불입건 되고 당을 위해 뛴 당직자들이 처벌되어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의 ‘이회창 회고록 2 정치인의 길’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대기업들로부터 823억원을 트럭 등으로 건네받아 ‘차떼기 당’ 오명을 얻은 것에 대한 회한이 묻어난다.
지구당 부활의 장·단점을 심도 있게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와 현역 의원과 원외 정치인 간 형평성 확보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지구당 부활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치인과 민원 해결이 필요한 기업·지방 토호가 후원금을 매개로 유착하는 금권정치의 폐해가 도질 수 있다. 지구당이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전락했던 흑역사를 잊었단 말인가.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현역 의원들이 돈봉투를 주고받은 것을 보면 과거보다 정치자금 운용이 깨끗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원외를 살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효과적이다. 정치 신인들은 예비후보자가 되기 전까지는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규제가 가장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역 의원만 할 수 있는 활동 보고서 배포나 문자 홍보 기회를 신인에게도 제한 없이 제공해야 한다.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의 활동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어 놓고 형평성 확보 운운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총선 선거구 획정을 늦춰 신인들의 발목을 잡은 게 여야 의원들 아닌가.
지구당 부활을 정치개혁으로 규정한 한 대표 모습은 이전 행보와 배치된다. ‘국민 눈높이 정치개혁’은 한 대표의 역점 과제다.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당 귀책 재보선 시 무공천, 의원 정수 축소,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 다섯 가지 특권 내려놓기가 핵심이다. 한 대표의 대표 브랜드가 될 만하다. 그가 지난 1월 “대다수 국민이 수십년간 바라는 걸 하겠다는데 포퓰리즘이라 하면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고 했을 때 많은 국민이 공감과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고비용 저효율의 삼류 한국 정치에 개혁 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구당 부활은 보수 정당이 쌓은 정치개혁의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 퇴행이다. 여론조사 수치를 보더라도 지구당 부활 반대는 찬성보다 2배 이상 높다. 한 대표는 정치개혁으로 포장했지만 차기 대선에서 원외 인사들을 우군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을 눈 밝은 국민은 다 안다.
그렇다고 정치 의제를 선점한 것도 아니다. 당원 권한을 강화하고 정치적 기반을 넓히기 위해 이 대표가 치고 나온 지구당 부활을 한 대표가 맞장구를 치고 있는 꼴이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한 대표 지지율은 6개월 새 10%포인트나 빠졌다. 지구당 부활을 고집할수록 국민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구당의 부재가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증거는 없다. 지구당을 부활한다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한 대표는 갈지자 정치개혁 행보를 접고 시급한 민생 입법 처리에 매진하기 바란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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