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백기사 결집’ 총력전… MBK “대항매수 실패할 것”

이동수 2024. 9. 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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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양측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MBK는 "(최 회장의 우호 세력이) 시세보다 비싼 대항 공개매수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주기로 하고 시간 관계상 한국투자증권이 1년간 브리지론으로 도와주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해 투자를 회수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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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난타전 이어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인맥 동원
日·홍콩 등지서 글로벌 기업 접촉
한화 김동관 부회장 등과 회동도
고객사들 “품질 저하 우려” 지원사격
MBK “투자 회수할 방안 없을 것”
영풍 “최 회장의 전횡 막기 위한 것
팔 자르는 심정으로 1대주주 양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양측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을 필두로 영풍·MBK의 지분 공개매수에 맞서 ‘백기사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풍과 MBK는 일각의 ‘약탈적 인수합병(M&A)’ 주장을 일축하고 최 회장이 대항 매수에 나서도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영풍·MBK의 ‘2조원 자본력’을 넘어서기 위해 사업 파트너 라인과 재계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기존 국내외 협력업체들의 변함 없는 지지를 확인하고 대항 매수 등 보다 적극적인 원조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이던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을 찾아 현지 협력사, 글로벌 기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에선 글로벌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이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등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이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손잡는 맞불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직후엔 한화,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기존 우호 세력인 ‘집토끼’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교 동문이자 학창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과 고려아연 사옥에서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LG그룹 고위층과도 접촉했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기존 우군 세력이 대항 매수 등에 힘을 실어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며칠간 밤낮으로 계획을 짜냈다. 이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다. 이날 한국앤컴퍼니, 휴스틸, 한국금거래소 등 고려아연의 고객사 80여곳은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표하고 “사모펀드(MBK)의 경우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독단적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기간산업 핵심 소재의 해외 기술 유출과 품질 저하가 우려되며 탈중국 밸류체인 구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이 대항 매수를 통해 사모펀드나 협력업체의 자금을 끌어와도 “출구전략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MBK는 “(최 회장의 우호 세력이) 시세보다 비싼 대항 공개매수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주기로 하고 시간 관계상 한국투자증권이 1년간 브리지론으로 도와주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해 투자를 회수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모펀드 등이 고려아연 측에 단기 대출을 제공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MBK는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떠안고 단기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증권사나 외국계 사모대출펀드 모두 무리한 투자이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영풍은 이날 “(공개매수는) 최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경영권 정당성 확보에 열을 올렸다. 영풍은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에 1대 주주지위를 양보했다”며 “적대적·약탈적 M&A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영풍은 MBK에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과 1주를 넘기고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은 MBK에 넘어간다.

이동수·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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