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식당도 미용실도 없어요”…소멸하는 농촌
[KBS 대전] [앵커]
지역이 마주한 소멸 위기 상황을 돌아보고 해법을 고민하는 연중 기획 순섭니다.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지역 소멸 추세가 더욱 빨라지면서 이제는 병원이나 주유소 같이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마저 찾아보기 힘든 곳이 많습니다.
지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인구절벽의 실태를 조정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민이 천여 명 남짓 되는 부여의 한 면 소재지.
의료기관이라곤 보건지소가 유일합니다.
[최영희/부여군 충화면 : "병원이 뭐야 저기도 없구먼, 장사하는 사람도 없어. 밥장사하는 사람도 다 그만두고."]
동네 사랑방이었던 미용실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고, 약국이나 카페, 제과점 같은 편의시설 역시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인근 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해 입학식을 열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관계자 : "올해는 신입생 수가 아예 없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학급 수가 하나 감소가 됐습니다."]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읍내 거리에서 마저 문 닫은 점포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노현복/부여군 부여읍 : "코로나 이후엔 아예 사람이 없어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잖아요. (주말에도 그래요?) 주말도 마찬가지예요."]
수십 년 운영되던 토박이 식당도 문을 닫은 지 오래고,
[박연화/서천군 문산면 : "많이 줄었어요, 사람이. 연세 드신 분들이 돌아가시고 하니까."]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까마득합니다.
[서천군 시초면 주민 :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보신 적은 거의 없으시겠어요?) 여기 아기 없어~ 아기 없죠."]
면 지역 인구가 3천 명이 무너지면 병원·약국 등 의료 시설이 사라지고, 천 명대로 주저앉으면 식당과 미용실 등 의식주와 밀접한 생활 기반 시설 마저 문을 닫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민들의 자격증 취득 지원 등 정주 여건 조성에 나섰지만, 노인 인구만 늘어나다 보니 실효는 크지 않습니다.
[박진시/서천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장 : "젊은 층들이 우선 나서서 해야 하는데 지금 주민들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고, 고령층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지난해 충남 농촌지역의 고령인구 비율은 40.6%, 여기에 생활 필수 시설마저 유지가 어려워 지면서 살던 사람마저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아입니다.
촬영기자:안성복
조정아 기자 (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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