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반도체·AI 이어 커넥티드카 규제… 한국 `복잡한 속내`
"극단적 상황 방지" 시행 배경 설명
韓 반도체 수출 40% 中行 언급
미국 정부가 5G 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에 이어 통신·자율주행 등의 기능이 들어간 커넥티드카까지 대 중국 규제 수위를 한층 높였다. 국가안보 차원이라는 이유를 들지만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넘보는 중국의 성장세를 지금 막지 않으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장관은 23일(현지시간) 차량연결시스템(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DS)에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가 있는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판매 금지 규정안을 공개했다. 러몬도 장관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적국이 미국에서 운행 중인 모든 자국산 차량을 동시에 시동을 끄거나 통제해 사고를 일으키고 도로를 막을 수 있다"고 이번 규정안의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소식은 지금 당장 미국의 도로에는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차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도로가 그들의 차로 채워지고 위험이 매우 커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번 규제의 이유로 테러나 해킹 위험을 막겠다는 '국가안보'를 내세웠지만, 과거 5G와 반도체 등과 마찬가지로 '첨단산업 패권'을 지키겠다는 속내 역시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대 중국 첨단산업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트럼프 정부는 세계 통신시장의 28.7%(2021년 기준)를 점유하고 있던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시작으로 관련 핵심 부품까지 전방위 수입 규제에 들어갔고, 이후 유럽은 물론 호주, 일본, 캐나다, 대만, 베트남 등의 동참도 요구했다.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는 반도체와 양자기술, 인공지능 등으로 대 중국 첨단산업의 수출통제 범위를 넓혔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제정 등을 제정해 보조금과 수입규제라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해 자국 중심의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이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고, 미국 정부는 보조금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을 제한하는 등 대 중국 고립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주요 업체들에게 "미국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압박과 회유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3일 사설에서 "양국(한국과 중국) 간 경제적 보완성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 수출 제한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추진의 인질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미국 압력에 저항해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과 협력을 계속 심화할 수 있는지는 한국의 지혜를 시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일부 통계를 인용해 한국 반도체 수출 가운데 약 40%가 중국으로 향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대로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무역안보관리원(옛 전략물자관리원)이 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세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만드는 기업이 3곳 있는데, 그중 2곳이 한국 기업"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양국의 압박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과 공급망의 완전한 디커플링을 할 수 었는 상황이고 중국 시장 자체도 우리의 1, 2위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전기차·배터리, 태양광 등 주요 공산품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 구도를 확장하고 있어 미국의 대 중국 견제가 득보단 실이 많다는 점도 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임박한 만큼 미국의 대 중국 규제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한국경제 역시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경합주 표심을 잡기 위한 양당의 선거전략으로 당분간 미국의 보호주의적 통상조치와 공약은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보호조치가 대부분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한국산이 중국산을 대체할 수 있다는 반사이익 주장도 있으나, 우리 기업이 되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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