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182명 사망…일 최다 사상”
헤즈볼라와 공격 주고받아
부상자도 727명 넘게 발생
이, 지상전 가능성도 언급
바이든 “확전 방지에 총력”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감행한 대대적인 공습으로 최소 182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연일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내 지상전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수십 차례에 걸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182명이 숨지고 727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된 후 일일 사망자로는 가장 큰 규모다. 사상자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 구급대원 등 민간인이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와 동부 일대의 헤즈볼라 시설 300여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알려진 지역 주민들에게 광범위한 공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가능성도 열어놨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 가자지구에서 강도 높은 지상 작전을 벌였던 98사단을 배치하는 등 잇따라 병력을 증강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내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속속 감지되며 최근 미국 정부는 레바논 내 자국민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지난달 레바논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던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향해서도 가급적 빨리 현지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연일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날 헤즈볼라는 순항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드론) 등 150기를 발사해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일대를 공격했다. 그간 헤즈볼라의 공격은 갈릴리와 골란고원 등 국경지대 이스라엘군 시설에 집중됐으나, 점차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 인근까지 확대되며 이스라엘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방공망을 가동해 로켓과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으나, 하이파 외곽 마을 키르얏 비알릭에선 로켓이 주거 지역에 떨어져 주택 2채가 파손되고 3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채널12는 정보 출처는 밝히지 않은 채 헤즈볼라가 조만간 이스라엘 영토의 더 깊숙한 곳까지 공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스라엘 주민 150만명이 헤즈볼라의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황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특수부대 라드완군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과 대원들의 장례식에서 “전쟁이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었다”며 헤즈볼라가 “한계 없는 전투”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구성원 등이 소지한 무선호출기(삐삐) 수천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며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 양측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약 3200명의 사상자를 낳은 삐삐·무전기 폭발 공격에 이어 지난 20일엔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하며 헤즈볼라를 압박하고 있다. 사령관 아킬을 겨냥한 이 공습으로 9층 아파트 건물이 무너지면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45명이 숨졌다.
양측의 전면전으로 레바논에서 지상전이 시작된다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에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가자지구에서 1년 가까이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섣불리 전선을 레바논으로 확대한다면 레바논 내 대규모 민간인 피해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군이 입을 부담과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확전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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