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짧고 권한 적은 특조위…시행령·예산 등 진상규명 앞 ‘숙제’

배시은 기자 2024. 9. 23. 2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 특별법 처리 4개월 만에 출범
마주 앉은 유가족과 특조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송기춘 위원장(맞은편 왼쪽에서 세번째)과 위원들이 23일 제1차 전원위원회를 마친 뒤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마주 앉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활동 1년·수사권 축소…전문성 있는 조사관 확보 관건
정부·국회 협조도 중요…“재난 정치화 시도 경계해야”

23일 활동을 시작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조위의 성패는 한정된 권한, 시행령 제정과 예산 편성, 여야 갈등과 정부의 의지 등 문제에 달려 있다.

특조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조사 권한이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는 지난 5월 특별법 처리에 합의하면서 초안에 포함됐던 특조위의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을 제외했다. 이 때문에 특조위의 수사 권한이 너무 축소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세월호 특조위와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사참위)에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이 부여됐다.

특조위가 역량 있는 조사관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인데, 특조위 활동기간이 1년에 불과해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참위에서 비상임위원을 맡았던 황필규 변호사는 “특조위는 조사 능력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수준에 이르기 어렵고, 정보 접근성도 정부보다 떨어지는 한계가 근본적으로 있다”며 “짧은 1년 동안 고용의 불안정성을 감수하면서 탁월한 조사관들이 얼마나 몸담을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출범했지만 실질적 운영 기반이 되는 시행령 제정과 예산 배정 과정이 남아 있다. 송기춘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에서 “이른 시간 안에 시행령이 마련돼야 하며, 참사의 진상규명과 정책대안 수립을 위한 인력 및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위 첫 회의에서 의결된 ‘특조위 사무처 설립준비단’은 3개월 내에 시행령 초안을 구성할 방침이다.

앞서 사참위는 활동 중 시행령 개정을 두고 환경부와 이견을 보이면서 일부 조사 업무가 차질을 빚었고, 구성원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정부와 갈등이 벌어지면 특조위 업무가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조위가 정쟁을 차단하면서 국회·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태원 특별법은 제정 단계부터 여야 갈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법이 통과됐지만 여야는 상당 기간 자기 몫의 위원 추천을 미루기도 했다. 국회가 지난 7월 특조위원을 ‘늑장 추천’한 뒤로도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지난 13일 가까스로 임명됐다.

이민 비상임위원은 이날 “재난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재난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극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 참사TF 단장을 맡았던 윤복남 변호사도 특조위원과 면담하며 “위원님들의 추천 경로는 여도 야도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체계 마련은 위원 모두에게 전 국민이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특조위 출범 전 임명을 늦춘 정부의 태도 등은 의도와 무관하게 특조위 동력에 힘을 뺐던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늑장 임명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진실규명에 의지를 보이며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