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소상공인엔 ‘수수료 우대’ 검토
도입 땐 배민도 인하 압박 커질 듯
배달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센 가운데 쿠팡이츠가 배달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이츠는 관련 내용을 정부가 운영하는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츠 측이 수수료 차등 적용에 나설 경우 배달의민족 등에도 수수료 인하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소상공인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최근 쿠팡이츠 측과 비공개회의를 열고 배달수수료를 공공배달앱 수준인 2%에서 6.8% 정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우대수수료제)을 제안했다. 매출액 기준에 따라 총 다섯 구간으로 나눠 수수료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연매출액이 ‘1억원 미만’은 2%,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은 3%,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은 5%인 식이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의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관련 내용을 다룰 것이라고 전달받은 상태”라고 했다. 우대수수료제는 카드업계에서 일반화돼 있다. 카드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소상공인들의 호소에 2012년 도입됐다. 연매출액 3억원 이하부터 30억원 초과까지 총 여섯 구간으로 나눠 0.5~2.0%로 수수료율을 달리 매긴다.
모기업 적자 탓
인하 쉽지 않아
쿠팡이츠가 우대수수료를 도입할 경우 배달의민족 등 다른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까지 배민은 쿠팡이츠와의 경쟁이 심하다는 이유로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보여왔다. 쿠팡이츠가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면 배민도 거부할 명분이 옅어진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배달앱이 업계 사정으로 이를 받기 어렵다면 최소한 매출 구간별로 수수료율을 세분화해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모기업인 쿠팡의 누적 적자 때문에 수수료를 큰 폭으로 낮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한 소상공인 측 대표는 “수수료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쿠팡이츠는 누적 적자 폭이 커 흑자를 보는 배민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소연한다”면서 “전향적인 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우대수수료를 적용해도 인하폭이 1~2%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여기어때·야놀자 등 숙박플랫폼도 한시적으로 매출액 하위 40% 입점업체에 수수료를 1%포인트 낮추는 상생안을 내놓은 바 있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또 다른 소상공인 측 대표는 “정부와 배달앱 측에서는 우대수수료로 1~2%포인트 인하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면서 “배달앱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달하는데 1~2%포인트 낮춘다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상생협의체 의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수료 차등 적용도 참고하고 있는 안”이라며 “다만 배달플랫폼은 숙박플랫폼보다 상품 범위가 넓고, 입점업체도 많기 때문에 그 중요도에 걸맞게 인하폭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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