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공개매수가 상향할까…고려아연, 우군 확보 성공할까

박종오 기자 2024. 9. 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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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대립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한때 동업자였던 이들의 갈등과 법적 다툼 등으로 국내 대기업 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의 발단과 쟁점, 전망 등을 정리했다.

왜 싸우나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고려아연은 국내 재계 32위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동일인(총수)’은 장형진(78) 영풍 고문이다. 기업 집단 영풍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건 장씨 일가라는 얘기다. 다만 고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주가 동업해 만든 영풍그룹은 장씨 일가가 영풍,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계열을 각각 나눠서 경영해 왔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라는 의미다.

두 가문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싹튼 건 고 최기호 창업주 손자인 현 최윤범(49) 고려아연 회장의 ‘3세 경영’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다. 특히 최 회장이 2022년부터 한화·엘지(LG)화학 등과 고려아연 자사주(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를 맞교환하며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동 창업을 한 장씨 일가 쪽 입장에서는 최씨 일가가 회사 돈으로 고려아연을 독차지하려 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현 경영진 문제있나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를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선 장씨 일가와 영풍, 사모펀드 운용사 엠비케이(MBK)파트너스 쪽은 이렇게 최 회장이 자기 이익을 위한 경영을 했다는 논리로 경영권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자사주는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이 부활하는데, 주주의 재산을 자신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썼다는 시각이다.

또 문제 삼는 건 카카오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모펀드에 고려아연이 수천억원대 유보 현금을 투자했다가 거액의 평가손실을 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이 본업과 무관한 고위험 사모펀드 투자를 주도했다는 의혹이다. 자사주를 악용하고 통제받지 않는 투자를 통해 알짜 우량 기업인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이 과거보다 나빠졌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0이었다. 주가가 장부상 청산가치와 엇비슷한다는 의미다. 주가를 높이지 못하는 등 최 회장의 경영이 사모펀드가 쉽게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영풍·사모펀드는 문제없나

최 회장 쪽도 영풍의 지배구조와 먹튀 우려를 반격 카드로 들고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엠비케이와의 공개 매수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기업 경영권 인수 이후 재매각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모펀드 성격상 고려아연의 기술력이 국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논리도 제기한다. 다만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매물이 거의 없는 터라 엠비케이 입장에선 상당히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한 것”이라며 “‘중국 먹튀’ 우려 등이 있지만 펀드 운용사(엠비케이파트너스)가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관건은

향후 관건은 두 가지다. 먼저 다음달 4일까지 진행하는 장씨 일가와 엠비케이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가 성공하느냐 여부다. 이들이 제시한 공개 매수 금액은 주당 66만원으로, 현재 주가(23일 종가 기준 주당 72만3천원)보다 낮다. 지분 매집을 성공시키기 위해 공개 매수가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반면 최 회장은 자사주 맞교환, 제3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적잖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한화·현대차·엘지 등 대기업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에 더해 최 회장이 추가 자금을 동원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영풍과의 갈등 관계와 회사의 사업 현안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이번 갈등이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와 이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기업가치 저평가’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대를 이은 상속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며 경영권 다툼의 소지가 점점 많아지고, 차익을 노린 사모펀드 등 기관 투자가의 개입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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