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연금 정부안은 복지위서, 구조개혁안은 특위서
정부 연금개혁안이 발표된 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 인상과 기금투자수익률 제고, 자동조정 장치 도입 등을 통하여 재정안정성을 강화하고, 소득대체율 인상과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 강화 등을 통하여 소득보장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험료율의 연령별 차등 인상과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등을 통하여 세대 간 형평성과 연금수급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 의지를 보여주고,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의 제도 개편을 통한 다층 노후소득보장의 정립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상충되는 연금개혁 목표에 대한 균형점을 모색하는 정부 연금개혁안은 상치된 주장을 하는 이해관계 집단과 전문가로부터 협공을 받는 국면에 있다. 소득 보장성에 대한 우려, 재정 안정성에 대한 걱정, 구조개혁 촉구 등 연금개혁 논의를 할 때면 항시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반복 재생되고 있다. 정부 연금개혁안은 교착상태에 빠진 연금개혁 논의의 물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부도 제시한 연금개혁안대로만 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닐 것이다. 정부안과 다른 입장들은 이제 사회적 합의과정에서 수렴해 나가면 된다.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문제나 한계에 대하여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후 2210만명이 가입해 있고, 674만명이 연금을 수급하는(2024년 5월 기준) 노후소득보장의 중심제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행 37년 만에 국민연금 없인 노후소득 준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에 소진된다는 재정전망에 대응책이 필요하나, 연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대다수 국가는 적립기금 없이 공적연금을 지급하고 있고, 공적연금에 1000조원 이상의 적립기금을 가진 국가는 현재 미국, 일본, 한국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쥐꼬리로 폄하하거나, 국민연금 재정이 당장 부도 날 것처럼 불안을 조장하거나, 국민연금의 세대 간 유불리를 민영보험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국민연금 제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편협한 자기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연금개혁이 아니라는 자세로는 100일, 1000일 낮·밤으로 논쟁해도 연금개혁은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연금개혁 논의가 물살을 타기 위해선 정부 개혁안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마당을 이제 국회로 옮겨놔야 한다. 문제는 여야가 연금개혁 논의 방법에 대하여 이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하고,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개정안을 협의하자고 한다. 사실 연금개혁을 위한 협의 채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여야 간 연금개혁과 관련된 시각 차이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런 공방이 끝없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은 정부안에 더 붙여서 구조개혁방안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야당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방안을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모수개혁만 해서는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과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매년 20조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소요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정립, 기업주의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퇴직연금제도의 기능 개선, 수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정이 불안한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제고는 노후소득보장체계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조개혁은 정부 연금개혁안을 둘러싼 논점보다 수십 배의 이해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어 합의를 위해서는 긴 시간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성공적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주요 연금개혁 쟁점들 간의 우선순위 조정과 연금개혁 협의 장을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정부 차원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으로 정식으로 발의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타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여야가 숙의(熟議)해서 합의안을 도출하고, 중장기적 노후소득보장체계의 구조적 개편 방안은 21대 국회에서 운영되었던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재가동시켜 심층적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야가 연금개혁 프로세스를 가지고 논박만 거듭하는 것은 국회가 연금개혁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또 피해가려 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자칫 오해할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김예지, 활동 중단 원인은 쏟아진 ‘악플’ 때문이었다
- [속보] “아내 순진…잠 안 자고 내 폰 봐서 ‘미쳤나’ 그랬다” [대통령 기자회견]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트럼프 당선 이후 유산유도제 수요 급증···임신중단권 제한 우려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이마트 “가을배추 한포기 1661원”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대구 한 아파트서 부부 숨진 채 발견…경찰 “외부 침입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