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공공개발에 웬 ‘먹튀’ 행정?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 소장 2024. 9.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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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 소장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안동 구미 대구를 거쳐 양산협곡을 지나 거대한 삼각주(김해평야)를 적시고 남해로 연결된다. 선조들은 비옥한 삼각주에 쌀 대파 보리 등 농산물을 생산하고 배나무도 키웠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전쟁 준비와 쌀 수탈을 위해 일제가 삼각주 가장자리에 대저제방을 쌓아 지금의 김해평야 모습을 만들었다. 해방 이후 10만 명이 넘는 농민들이 김해평야 곳곳에 둥지를 틀고 삶을 이어왔다. 1976년 김해공항이 들판 한가운데 들어서자 조용한 농촌 마을은 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 녹산산업단지, 신호산업단지 등이 조성됐고 2000년대에 남쪽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명지오션시티, 명지국제신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서부산유통단지가 만들어졌다. 현재 에코델타시티와 강동공공주택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명지제2신도시 제2에코델타시티 항공MRO산업단지 맥도그린시티 대저공공주택사업 등 수많은 개발사업이 진행 또는 계획 중이다.

이러한 개발 대상에서 제외된 자연마을은 정비되지 않은 좁은 도로와 오염된 하천(서낙동강 평강천 맥도강) 등 낙후된 생활환경에 있음에도 개선 노력은 거의 없었다. 부산시는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되는 생활환경 개선사업에 소극적이고, 사람이 적은 이러한 지역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냈다. 하수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리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겨울철 난방비를 배로 지불하고, 교통편도 불편하다.

최근 부산시와 수자원공사가 김해평야에서 벌이는 대형 수익사업인 에코델타시티(EDC) 사업의 진행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사업 비용(22조 원)의 일부인 8조 원을 채무로 제공해 보(洑)를 건설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수자원공사는 2012년 김해평야 11.8㎢(356만 평)에 주택 3만 세대 아파트(7만 6000명 거주)를 건설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친수구역특별법에 근거해 김해평야의 논밭을 평당 약 50만 원 내외로 매입해 조성한 땅을 분양하는 것이다. 2028년 사업이 완료되면 최종 계산서가 나오겠지만, 현시점에서 수자원공사(지분율 85%)는 약 1조 6000억 원의 이익을 볼 것이라 추정되고, 부산시(지분율 15%)의 약 3000억 원 이익을 합치면 약 2조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총사업비 1조 원이 투입된 소위 ‘대박’ 난 사업이다.

EDC사업을 시작할 때 부산시와 수자원공사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서낙동강·평강천·맥도강 수질을 2급수(BOD 기준)로 개선하고 하천 주변에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도시환경연구소가 분석한 결과(2022년), 평강천·맥도강 수질은 6등급이다. 그럼에도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수질개선 방안도 하천환경개선 방안도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22년 부산시는 수자원공사와 함께 제2에코델타시티를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가덕도 신공항 확정에 따라 백지화된 김해공항 확장 예정지를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인데, 그 규모는 에코델타시티와 비슷하다. 개발이 능사인지는 또 다른 사회적 관심사이지만,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산시와 수자원공사는 신뢰성을 다소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지역 인근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는 공공기관의 이익 규모가 아니고, 그 이익금의 사용처다. 지역 주민의 관심사는 EDC에서 예상되는 이익금 2조 원을 그 사업으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인근지역의 생활환경 개선사업에 얼마나 재투자하느냐다.

EDC 사업의 근거가 된 친수구역특별법에 따르면, 친수구역개발이익을 환수하여(제31조) 조성된 하천관리기금(제32조)으로 ‘하천과 연계하여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주변 지역의 보존 및 정비를 위한 지출(시행령 제26조)’을 기금의 용도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위상도 위태로운 부산은 더 초라해지고 있다. 필요하다면 개발사업은 해야지만, 그로 인해 위화감을 느끼는 오래된 자연마을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같은 공공기관의 행정은 사회적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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