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17> 취선당 부군 왕복 서첩

최지효 정관박물관 학예연구사 2024. 9.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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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노랗게 변한 나뭇잎을 보고 문득 깨닫게 되는 계절이다.

이 편지는 정관박물관이 소장한 '취선당 부군 왕복 서첩(醉仙堂 府君 往復 書帖)'에 수록된 편지 중 한 편이다.

책 제목은 '취선당이 주고받은 글 모음집'이란 뜻이지만 취선당이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취선당(醉仙堂)'은 송관수(1758~1833)의 호이고, 조선 말기에 현재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읍에 살았던 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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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처럼 반갑게 찾아온 안부편지

9월은 노랗게 변한 나뭇잎을 보고 문득 깨닫게 되는 계절이다. ‘그래, 가을이 오고 있어!’라는 깨달음이다. 가을을 생각하며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편지가 아닐까 싶다. 마치 단풍처럼.

부산 기장군 정관박물관이 소장한 ‘취선당 부군 왕복 서첩(醉仙堂 府君 往復 書帖).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전에 전시됐다. 정관박물관 제공


통신의 발달로 먼 곳에 사는 이도 곁에 있는 것 같고, 바로 옆 방에 있어도 SNS로 소통하는 요즘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편지를 써봤고 편지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있다. 세상이 달라졌어도 기다리던 소식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런 편지 한 편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오래도록 격조했습니다. 장마와 더위에 부모님 모시고 잘 계시며 공부도 많이 하셨는지요. 저는 부모님 모시고 그런대로 편안하고 아이들도 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과거 날짜가 머지않았으니 서로 만날 수 있겠지요. 오실 때 문집을 잊지 말고 가져오시기를 바랍니다. 베낀 뒤에 즉시 돌려드리겠으니 꼭 가져오시기를 바랍니다. 또 오실 때 담뱃대를 가져오시기를 바랍니다.

정축년 7월 1일 아무개 올림

이 편지는 정관박물관이 소장한 ‘취선당 부군 왕복 서첩(醉仙堂 府君 往復 書帖)’에 수록된 편지 중 한 편이다. 책 제목은 ‘취선당이 주고받은 글 모음집’이란 뜻이지만 취선당이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취선당(醉仙堂)’은 송관수(1758~1833)의 호이고, 조선 말기에 현재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읍에 살았던 선비이다. 편지를 받은 정축년(1817년·순조 17년)에 송관수는 60세이고 편지에서 보듯 과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찍이 28세를 시작으로 하여 모두 12차례나 향시·鄕試(각 도에서 치르는 초시)에 합격한 실력자였다. 송관수는 과거 시험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그의 뛰어난 학문은 고향 기장뿐만 아니라 전국에 알려져 있었고, 1810년에는 성균관 박사에 선발되기도 했다.

책에 실린 18편 편지 가운데 과거를 언급한 것이 8편이나 돼 유생의 관심사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주로 과거 일정을 알려주고 과거 보러 가는 길에 본인 집에 들러 회포를 풀자는 내용인데, 과거를 보러 가는 긴 여정에 숙소를 제공하려는 배려가 담겨있다.

선비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함께 모여 글 짓고 학문을 논하는 것을 즐겼고, 서로 문집을 돌려보고 필사하여 간직하곤 했다.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마도 문장으로 소문난 송관수의 문집을 퍽이나 지니고 싶은 모양이다. ‘담뱃대를 가지고 오시라’고 한 것도 재미있다.

위에 소개한 자료는 취선당 송관수의 후손인 송교옥·송교권 님이 2015년 정관박물관 개관을 위해 기증하신 문화유산이다. 지난 3일 개막한 정관박물관 특별기획전(오는 12월 31일까지) ‘이제 우리의 일기를 쓰겠소’에서 정관 주민들이 기증한 문화유산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일기를 쓰겠소’는 개관 10년이 되는 정관박물관의 자취를 담은 전시로, 정관신도시 개발을 위해 3년간 진행된 발굴 조사 과정과 박물관 건립 이야기, 10년간 박물관을 꾸려온 노력, 주민과 함께 성장한 정관박물관의 도전을 풀어놓았다. 한 조각 편지를 보내는 정성으로 정관박물관이 마음을 띄워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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