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보도 후 쏟아진 제보…세금 삼킨 낚시공원 '수두룩'

이가혁 기자 2024. 9.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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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억원, 32억5천만원, 25억원 사용
방치되고, 고장나고, 개장 못한 곳도
담당 공무원도 "예산 낭비된 건 맞죠"
[앵커]

앞서 밀착카메라는 수십억 원 세금이 들어간 바닷가 곳곳의 낚시공원들이 흉물처럼 방치된 현장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에 '여기에도 세금만 낭비한 곳이 또 있다'는 제보가 저희에게 여럿 들어왔습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현장을 더 취재했습니다.

[기자]

[JTBC '뉴스룸' 밀착카메라 (지난 9일) : 앞서 보신 해상 낚시터에 든 세금 적게만 잡아도 총 181억 원입니다. 문제는 전국에 이런 해상 낚시터가 워낙 많고요. 또 이걸 철거하든 보수하든 앞으로 막대한 세금이 더 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 9일 해양낚시공원 세금 낭비 실태 보도 보시고 소위 '열받으신' 시청자 많습니다.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는데요.

제가 몇 개만 좀 보여드리면 "너무너무 많습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이게 이제 다뤄지네" 그리고 "이런 건 시리즈로 만들어도 될 만큼 사례가 많을 듯"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중에 '우리 지역 여기도 가봐 달라' 이런 의견도 많았는데요. 특히 전남 장흥군 이야기가 많습니다.

전남 장흥군에 있는 정남진 낚시공원 이야기가 많아서 여기를 먼저 한번 가보고요.

몇 군데 더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시죠.

전남 장흥군이 초기 예산 50억 원, 수상가옥 건설에 또 38억 원, 총 88억 원을 들여 지난 2008년에 문을 연 정남진 해양낚시공원.

초반엔 꽤 장사가 잘됐지만, 태풍으로 시설 파손이 잦아지다보니 점차 방문객 발길이 끊겼습니다.

제 옆에 보면 관리사무소 푯말은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여기 보면 추후 공지 올리겠다면서 당분간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는데 제가 직접 나온 번호로 한번 전화를 걸어보겠습니다.

[ARS 전화 음성 : 고객님 죄송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남진 해양낚시공원 운영을 잠정 중단합니다.]

팬데믹으로 문 닫은 2020년 이후 5년째 방치된 이곳.

문은 닫혀 있지만 무단으로 들어와서 낚시하고 간 사람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도 쌓여 있습니다.

가까이 보면 플라스틱 물병 가장 많고 또 김치로 보이는 음식물 쓰레기도 있고요.

각종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은 채 그냥 방치된 상태입니다.

이게 초기 50억 말고 따로 38억 원 써서 만들어놓은 수상가옥입니다.

숙박하면서 낚시를 즐기라는 건데, 역시 태풍에 망가진 후 예산 부족으로 수리도 못 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낚시섬 역시 울타리가 내려앉았고, 쓰레기만 잔뜩 걸려있습니다.

장흥군청은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한 <밀착카메라>의 질의에 "현재 보수공사를 하고 있고, 올가을 재개장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녹슬어 구멍 난 기둥, 떨어져 나간 울타리 등 아직 고칠 게 많아 보였습니다.

주민들은 운영 자체에 회의적입니다.

[인근 주민 : 낚시터다 보니까 고기가 많이 잡혀야 하는데 그런 것도 좀 덜해지고 여기가 보시다시피 공원 하나 달랑 있다고 뭘 조성하기 힘들어요. 하다못해 같이 이렇게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시설이 전혀 없다 보니까… {카페 같은 곳도 없더라고요?} 그런 것도 없고 지금은 슈퍼도 없어요.]

전북 군산에는 아예 정식 개장도 못한 채 방치된 곳이 있습니다.

파도에 출렁이는 수상다리.

울타리가 망가진 부분도 여럿 보입니다.

군산시가 예산 32억 5천만 원을 들여 2018년 완성한 장자도 해상낚시공원.

초기 시범운영기간 중에 안전사고가 나고 정작 돈이 안 벌릴 것 같으니 일찌감치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윤홍문/군산시민 : 매년 망가지죠. 매년 망가지죠. 막 다리가 흔들흔들하고 출렁출렁하니까. 그럼 누가 들어갑니까? 그 사고를 누가 책임질 거예요?]

[장충일/군산시민 : 저런 효율적이지 못한 곳에 행정에 돈을 갖다가 썼다는 것은 조금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원래는 육지에서 해상낚시공원으로 갈 수 있는 연결 다리가 있었는데 그건 일찌감치 철거된 상태입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군산시는요. 이 양쪽으로 배를 정박할 수 있는 계류 시설로 만들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상태인데 이걸 하는 데만 또 10억 원이 더 들어갈 예정입니다.

[군산시청 관계자 : 예산 낭비가 된 것은 이제 맞죠. 제대로 낚시터가 운영이 안 됐으니까. {국민이 보기에는 '저 망한 것에 또 10억원을 부어?' 이렇게 되니까…} 그것은 아니죠. 낚시공원 자체는 방금 얘기했다시피 그런 접안 시설로 활용을 하려고 하니까요.]

제보가 들어온 또 다른 곳.

바다 위 동그라미 이 건축물.

강원 고성군이 25억 예산을 써서 지난해 4월 만든 반암항 바다낚시공원입니다.

1년 반밖에 안 됐지만 벌써 걱정이 나옵니다.

[인근 주민 : 돈 낭비죠. 돈 낭비. 너무 생각도 없고. 사실 저기 고기도 안 나와. 고기 잡기가 쉽지 않거든. 우리나라는 하여튼 돈이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엉뚱한 데 돈 많이 써가지고…]

'지역 발전 좀 시켜보려고 지었는데 이렇게 될 줄 미처 몰랐다' '지금은 담당자가 바뀌어서 나는 잘 모른다' 지자체마다 입을 맞춘듯 이렇게 말을 반복했습니다.

무관심 속에 낭비된 수백억 원의 세금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져야 합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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