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등반대회…인천공항공사, 용역 ‘남발’

박준철 기자 2024. 9. 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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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의원실 공개…2021년부터 603건 4555억원 집행
유찰 등 각종 이유 40%는 수의계약…“방만 운영” 지적

인천공항을 관리·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배드민턴 대회나 임직원 송년회 등도 외부에 맡겨 진행하는 등 용역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주한 용역 중 40%는 각종 이유로 수의계약했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용역 발주 및 입찰 내역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2021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발주한 용역은 모두 603건, 455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671억원이던 용역은 2022년 1272억원으로 늘더니 2023년에도 1166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겼다. 특히 올해는 4월까지만 1445억원의 용역을 발주했다.

발주된 용역들은 원칙적으로는 일반경쟁·제한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찰과 1인 공급자, 여성기업, 중증장애인생산시설 등 각종 이유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도 40%인 243건, 1267억원에 이른다. 현행 국가계약법에서는 원칙적으로 2000만원 이상은 수의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인천공항 운영에 필수적인 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용역도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인천공항 전국 배드민턴 동호회 대회 대행 용역을 2억9356만원에 맡긴 것을 포함해 같은 달 지역상생발전방안 수립 용역도 5230만원에 발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지난해 5월 인천공항 운영과 관계없는 대한 외국인 초청 토크콘서트 행사 대행 용역도 4630만원에 발주해 수의계약했다. 이어 7월에는 인천공항 상생협력 등반대회 대행 용역도 4800만원에 체결했고, 8월에는 임직원 송년회 기획·연출 용역을 4700만원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이 밖에 제2회 가을밤, 자유무역지역 가족 영화제(5150만원), 2023 어린이날 기념 초청행사(5270만원)도 용역업체가 대행했다.

경영진 교체로 용역을 재발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 이학재 사장이 취임하면서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에 조성하려던 인천공항 랜드마크 개발계획도 수정하고 있다. 아직 랜드마크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6월 랜드마크 개발사업 교통검토 용역을 5115만원에 체결했다. 앞서 2021년 7월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랜드마크 콤플렉스 개발계획 수립 및 사업성 분석 용역을 8억5589만원에 발주한 바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21년 밑그림을 그렸던 랜드마크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며 새로운 용역을 발주하려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될 처지에 있는 용역 결과도 있다. 2022년 9월 4억1697만원에 계약된 ‘글로벌 미술관 분관 유치 관련 타당성 분석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막대한 비용 등으로 현실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중단됐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흑자금액이 많다 보니 직접 해야 할 것도 용역을 발주하는 것 같다”며 “용역 결과가 도출되면 제대로 적용하는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연희 의원은 “각종 이유로 수의계약이 40%가 넘는 데다, 많은 것을 용역에 의존하는 걸 보면 인천공항공사가 방만 운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용역 발주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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