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파우치 가져갔어요” 강남 한복판 택배 절도 사건 전말
사람 공격하는 까마귀에 행동요령 현수막 건 아파트도 있어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작곡가 김진영(33)씨는 지난 22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인터넷으로 주문한 파우치가 김씨의 서울 강남구 작업실 앞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고선 오후 8시쯤 수령하러 갔지만 파우치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곳으로 택배가 배송됐나 싶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김씨는 할 말을 잃었다.
범인은 ‘까마귀’였다.
당일 오후 5시 15분쯤 작업실 앞에 온 까마귀 한 마리가 2분 정도 두리번거리다가 본인의 택배를 물고 간 것이다. 김씨는 “까마귀가 자기 몸 만한 파우치를 가지고 간 어이 없는 상황이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어느 누가 까마귀가 택배를 가져갔다고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는 까마귀가 사람 물건을 가져갔다는 목격담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도로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트럭 위에 실려있던 달걀을 까마귀가 가져가는 영상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화제였다. 이 영상에서 까마귀 한 마리는 달걀을 물어간 후 옆에 서 있던 다른 차 위에 착지한다. 이후 다른 까마귀 한 마리도 이 차에 올랐다가 달걀을 물고 날아간다. 까마귀 두 마리가 달걀 하나를 훔쳐간 것이다. 이 영상에는 7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다. 이 까마귀는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4~6월에는 공격성이 높아져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큰부리까마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까마귀는 간혹 사람을 직접 공격하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큰부리까마귀 공격 대비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아파트 단지 안에 둥지를 튼 큰부리까마귀가 행인들을 공격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5월에는 서울 노원구에서 길 가던 행인이 까마귀에 머리를 쪼여 피를 흘리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요새는 아파트 단지들도 주민들을 위해 녹지를 마련하는 추세이고, 도시에는 기본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등 먹이가 많기 때문에 나무에 둥지를 트는 까마귀에게는 도심이 좋은 생활 공간”이라며 “여기에 서로 서식지 경쟁을 하는 까치가 1994년 유해 조수로 지정되며 정책적으로도 그 숫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까마귀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 연구사는 “지난 1990년대만 해도 도심에서 까마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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