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고향이 사라진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네요"

김보현 기자(=화순) 2024. 9. 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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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복천댐 건설지' 화순 사평면 송정마을 주민들 근심 가득 [르포]

"주민들에게 말도 안하고 댐을 짓는다고 하면 쓰것소?"

기후대응댐 건설로 농사짓고 있는 논이 수몰위기에 처한 전남 화순군 사평면 송정마을 주민의 말이다.

지난 20일 오후 송정마을까지 가는 길 곳곳에는 기후대응댐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화순군 사평면 장선마을에 게첨된 기후대응댐 반대 현수막.2024.09.20ⓒ프레시안

송정(松亭)마을은 송정지라 부르는데 이곳에 큰 소나무가 있어 이렇게 불러왔다고 전한다. 또 '송정지'는 '솔정지'로 작은 마을이라는 의미이고 그 이름처럼 아담한 마을이다.

고령으로 많은 주민들이 자리를 비워 몇몇 주민들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중 6·25 참전용사인 남편을 3년 전에 여의고 홀로 살고 있는 조사례씨(93·여)는 "직접 농사짓기 어려워 논 두 마지기를 맡겨놓았다”며 "댐이 들어서면 그 논도 잠길 테고 집과 기자재도 어디로 옮겨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조씨의 집은 슬레이트판이 울타리처럼 쳐져 있고 겉보기에는 컨테이너에 가까워 보였다. 남편이 짓다가 완공시키지 못하고 3년 전에 숨을 거뒀다고 했다. 집 앞에는 6·25 참전용사 명패가 달려 있었다. 그는 남편이 임실호국원에 묻혀 있다고 했다.

조씨는 "인자 죽으면 남편 묻혀있는 임실에 갈텐데, 그때까지만 수몰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살면 좋것소"라고 말했다.

농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장동일씨(62)는 "여기서 나고 자란 뒤 타지 생활하다 귀농했다"며 "댐 때문에 농사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다.

그는 "안그래도 오전 10시나 되야 겨우 볕이 날 정도로 일조량이 부족한데 댐까지 건설되면 안개때문에 햇빛이 더 북족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 지었다.

이어 "주암댐도 용수로 쓴다고 지었다가 식수원으로 바뀌면서 농약도 치기 힘들고 안개보상비 조로 소액이 나오지만 택도 없다"면서 "보상금이라고 나와봐야 한 마지기 농사짓는 것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타지생활 할 때 고향 생각하며 하루하루 텼는데, 하루아침에 내 고향이 사라진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며 "나라에서 댐을 짓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부성씨(74)는 "이곳에 있는 하동 정씨의 선산 2만3000평, 논 2000평과 건물 기와 보수 등을 관리하고 있다"며 "서재필 박사가 외가에서 태어나 생가는 용암리에 있고 기념관도 있지만 선산은 송정마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댐을 새로 짓는다고 하니 하동 정씨 문중에서 걱정이 태산이다"고 전했다.

사평면의 다른 마을들도 기후대응댐 건설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다. 오는 28일 화순군청에서 열리는 기후대응댐 설명회를 앞두고 주민들은 사평면 이장단 등을 중심으로 기후대응댐 사평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발하고 있다.

장태수 기후대응댐 사평면 대책위원장은 "동복천을 중심으로 1971년 동복댐, 1991년 주암댐이 건설됐는데 또 3번째 댐을 짓겠다는 것은 사평면을 물아파트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앞서 2개의 댐으로 이미 피해를 받고 있고 주민 대다수가 농업이 유일한 생계이자 일터인데 이를 잃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농민회장은 "지금도 댐 영향으로 생긴 안개 때문에 올해 감나무에서 감 구경하기도 어려웠다"며 "벼농사도 일조량이 부족해 낱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사료용으로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걱정했다.

김봉용 주산리 이장도 "주산리는 땅 대부분을 환경부에서 매입해 주민들의 재산은 집 한채가 전부다"면서 "법으로 정한 금액인 3000만원 가량의 보상을 받으면 고령의 어르신들이 어디 가서 살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기후대응댐 사평면 대책위원회는 환경부의 일방적인 댐 건설 발표에 앞으로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평면 복지회관 2층에서 주민들이 기후대응댐 대책위원회 소회의를 진행하고 있다.2024.09.16ⓒ프레시안(김보현)

한편 환경부는 지난 7월 30일 사평면에 총사업비 2740억원을 들여 동복천댐을 신규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댐은 높이 26m, 제방 길이 292m 규모로 총 저수량은 3100만톤, 용수공급량은 연간 5900만톤이다.

지난 2일 화순군청에서 진행된 환경부의 댐건설 설명자료를 보면 기존 주암댐 저수구역 내에 댐이 들어서고 하루 50만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해 주암댐의 용수공급 능력이 늘어나지만, 사평면 소재 80채의 건물이 수몰될 예정이다

주암댐(총 저수량 4억5700만톤)은 광주광역시 3개 자치구와 전남 10개 시군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과 광양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환경부는 향후 주민설명회와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동복천댐 건설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화순군은 28일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설명회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화순)(kbh9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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