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10·16 재보선의 정치적 함의
유권자는 거대야당도 평가…승패 따라 차기 구도 요동
10·16 재보궐선거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정부 여당을 심판했던 민심 변화를 살필 수 있는 풍향계다. 부산(금정구청장)·전남(영광·곡성군수)과 수도권인 인천(강화군수)·서울(서울시교육감) 유권자 선택에 따라 지지율 20%대인 윤석열 정부는 ‘심리적 탄핵’ 상태에 빠지거나 반대로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발판을 확보할 수 있다. 대권 후보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 여당이 참패하는 순간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주자는 늘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야권 텃밭인 영광·곡성 중 한 석만 챙겨도 민주당의 ‘이재명 대세론’은 생채기 난다. ‘미니 선거’지만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은 이유다.
금정구청장 선거는 3파전이다. 국민의힘은 윤일현 전 부산시의원을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장 출신 김경지 변호사를 낙점했다. 조국혁신당은 류제성 변호사를 내세웠다. 중앙당의 공중전은 이미 뜨겁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일 부산대 앞에서 ‘청년 취업 격차 간담회’를 한 데 이어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검토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부터 1박 2일 동안 부산에 머물며 김 후보 지원에 나선다. 25일에는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어 지지를 호소한다. 조국혁신당 전략은 야권 후보 단일화다. 그 밑바탕엔 강화군(민주당)과 금정구(조국혁신당)를 하나씩 나눠 책임지자는 요구가 깔려 있다. 부산이 고향인 조국 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려면 영·호남 ‘교두보’가 절실하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여야의 공통 고민은 악재가 쌓였다는 점이다. 여당은 우군이 돼야 할 대통령실이 약점이다.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처음 확인됐다. ‘불통’ ‘독주’ 비판을 받던 윤 대통령에게 유권자들은 회초리를 들었다. 여당은 17.15%포인트 차이 패배에도 반성은커녕 윤 대통령 그늘로 더 숨었다. ‘여의도 출장소’에 만족했다. 대통령실의 일방적 간섭에 ‘노’라고 맞장 뜨는 기백은 더욱 찾기 어려웠다. 그 결과는 4월 총선 참패. 한동훈 법무장관까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차출하고 거둔 성적표치곤 초라했다.
지금도 민심은 싸늘하다. 바닥권인 윤 대통령 지지율이 증거다. ‘레임덕’이라 해도 큰 이견이 없다. 사퇴 의사를 밝힌 국무총리조차 바꾸지 못하는 게 윤 대통령 현실이다. 김건희 여사는 여권의 아킬레스건이다. 명품가방은 김 여사가 받았는데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었다. 국민은 또 주가조작에 연루된 영부인을 보고 혀를 찬다.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처럼 계좌를 빌려준 ‘전주’ S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 계좌도 주가 조작에 활용됐다. S 씨 유죄 판결이 김 여사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김 여사는 ‘자숙’보다 ‘대통령 놀이’에 바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강 자살방지시설을 찾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영부인의 언어가 아니다. 최근엔 김 여사의 ‘공천 개입설’ 폭탄이 터졌다. 국정 지지율이 오르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보수세가 강한 금정구청장·강화군수 선거에서 쓴맛을 보거나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놓치면 친윤석열계 의원들조차 각자도생에 나설 수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국회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에게도 재보궐선거는 정국 전략을 결정하는 변수다. 예년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면 정권 교체에 득 될 게 없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금정구 유권자 35.64%는 이 대표를 선택했다. 4월 총선에선 박인영 민주당 후보가 43.3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30% 후반대는 얻어야 체면치레 하는 셈이다. 당정 갈등의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면 부산 유권자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예고된 악재다. 최근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검사가 권력을 남용해 증거를 숨기고 조작해 결국 정치적으로 죽이고 국민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 맞느냐”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 대표의 대장동 비리·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사법적 잣대와는 별개로 유권자 판단이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대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모든 선거는 정치세력에 대한 중간평가다. 2016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트의 승리를 예견했던 정치분석가 토머스 프랭크는 저서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에서 클린턴-오바마 행정부가 민주당의 가치인 불평등과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트럼프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았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기고 지는 원인은 모두 ‘나’에게 있다. 민심은 누가 혁신하고 있는지 꿰뚫어본다. 그 심판대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이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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