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처럼…부산도 반도체 설계기업 ‘팹리스’ 키워야
- 市, 8년간 1500억 인프라 투자
- 새로운 종류 칩 틈새시장 공략
- 대기업 생산시설 유치 ‘투트랙’
- 지역 반도체 인재 취업까지 해결
부산 신성장 동력 ‘3ㅂ(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가운데 반도체는 부산시가 가장 오랫동안 공을 들인 분야다. 시는 전력 변환과 제어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 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해 최근 8년 동안 1500여 억 원을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부산에서는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팹리스를 육성하되 대기업 유치 전략도 가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팹리스(Fabless)란 엔비디아처럼 별도 생산시설을 갖지 않는 설계 전문 기업이다.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 국회의원과 부산시는 지난달 30일 부산상수도사업본부 대회의실에서 ‘부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도 부산에서 팹리스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 의원은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부산은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제3의 도시로 전락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부산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 서울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양극 체제의 중심 도시로 우뚝 서야 한다. 부산 상공인들도 함께 절박한 마음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또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효승 한국팹리스산업협회 MPCs 분과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이 ‘마중물’ 투자를 진행하면 부산에서 팹리스 육성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PCs(Multi Project Chiplet by security)라는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 투자를 통해 육성하자는 게 이 위원장 제안이다. 반도체 구조는 95% 비슷한데 산업은행이 투자해 공용으로 개발하고 이 개발이 끝나면 각 업체는 각자 방식에 맞게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산업은행이 인공지능 반도체 한 모델을 개발하는 비용 약 500억 원을 MPCs 투자를 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팹리스 육성 전략은 실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우황제 밸류에듀리서치 대표는 국제신문 서면 인터뷰에서 “반도체 칩은 수십만 가지에 이를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며 “AI 반도체 시장의 NPU(신경망처리장치)나 백색가전용 MCU(Micro Controller Unit·특정 시스템 제어 전용 프로세서)처럼 새로운 종류의 칩이 끊임없이 개발된다. 틈새시장이 열리는 영역은 새로운 팹리스가 도전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밝혔다.
팹리스 육성과 함께 대기업 유치도 부산에서 빼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이성식 부산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부산에는 충분한 인재가 육성되고 있어 대기업이 부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며 “지역에 대기업이 있어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도 이전한다. 부산에서 소부장만 키우면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오는 2027년 무렵부터 부산에서는 한 해 1000명에 가까운 반도체 전문 인력이 양성된다. 대기업 생산시설이 없으면 부산에서 양성된 인재는 역외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또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 이달 기준으로 3곳의 전력반도체 업체가 가동 중이다. 2, 3년 내에 3, 4곳이 추가 입주해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면 부산지역 반도체 산업 육성 논의는 더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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