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NOW 구독중] "과학으로 소통해요" 유튜브에 등장한 진정한 커뮤니케이터
과학 공부하며 얻은 방법론으로 지식 알리는 콘텐츠 선봬
빠른 호흡의 내레이션 원고·비트로 5분 내외 영상 만들어
어디서도 못 들어본 유일무이한 독창성이 그가 가진 매력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 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한국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수학능력시험이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수능 전후 관심사는 역시 어느 학과에 경쟁이 몰리냐 일 텐데 인문계열의 경우 상위권에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다년간 강세를 보이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근래 많은 대학에서 학과명을 개칭해 현재에 이르렀지만 과거에는 신문방송학과로 더 익숙한 학과다. 신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학과의 인지도는 흔히 '매스컴'이라 칭하는 '매스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 즉 신문, 잡지, 영화, 방송 등 매스미디어들의 영향력과 궤를 같이 해왔다. '나누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communicare'를 어원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근래에는 어떤 사실을 타인에게 전하고 알리는 심리적인 전달의 뜻으로 쓰인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론 Poetics', '수사학 Rhetoric'에서 극적 커뮤니케이션과 문학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으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이론은 20세기 매스미디어들이 등장한 이후 정립됐다. 그러나 유튜브, 틱톡 등 모바일의 동영상 플랫폼들이 TV 방송의 시청시간을 압도하는 현시대에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도 자리바꿈이 진행 중임을 실감한다. 물론 매스미디어 든 1인 미디어 든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어 정보를 잘 전달해주는 것을 일컫는 '커뮤니케이션'의 원뜻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을 '커뮤니케이터(소통가)'로 호명하는 최근의 트렌드 또한 반길만한 일이다. 특히나 그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관련 지식을 따라잡기 어려운 과학과 같은 분야라면 더더욱 이러한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
정보나 지식을 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해당 분야를 전공한 전문종사자의 전문성이 전제는 아니다. 좁은 의미의 '전달자'가 아닌 넓은 의미의 '연결자'로서 전문가 뿐만 아니라 관련 소양을 갖춘 누구라도 이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는 장려할 만하다. 금번 '희대의 NOW 구독중' 칼럼에서는 과거 매스미디어가 했을 법한 이 역할을 1인 미디어를 통해 실행 중인, 그리고 이 분야에서 커뮤니케이터라는 명칭을 국내에선 거의 초기에 정립한 주인공을 만나본다. 유튜브 채널 '1분 과학'을 운영 중인 이재범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본질이 과학기술이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대중들에게 이해되고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 할 때 아마도 가장 어울릴 사람이 그가 아닐까 한다.
인터뷰 촬영을 위해 디지털타임스 사옥의 유튜브 스튜디오를 찾은 이재범 과학 크리에이터의 손에는 마침 최근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책 '1분 과학 2'가 들려져 있었다. 2020년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시리즈 요청이 쇄도한 첫 책 이후 만 4년 만에 선보인 책이다. 촬영 후 건네받은 이 책 속 친필 사인에서 그가 평소 자신의 채널과 대외 활동에서 강조하는 모토인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눈에 띈다. 사실 이날 나눈 그와의 인터뷰도 이 한마디의 확장판이었음을 칼럼을 정리하면서 거듭 느껴본다.
철학 또는 종교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 아니 인간이라면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갖게 되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천착했던 젊은이는 철학, 문학, 과학 분야의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고 공부하면서 나름의 방향, 깨달음을 마주 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는 하나다. 우주가 나이고 내가 우주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다."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 속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가리키는 공(空)의 개념이 떠오르는 이 깨달음을 그는 특히 과학을 공부하며 얻게 되었기에 더 많은 이들에게 이를 전파하고 싶었고 그 방법론으로 과학지식을 재미있게 알리는 콘텐츠를 떠올렸다고 한다. 모든 물질은 입자이면서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양자역학의 대표적 특성인 '파동-입자 이중성'과 같은 원리에 의하면 '물질은 없다'고 인식하는 순간 '물질로 가득찬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 고전적인 물리학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고 오히려 철학과 종교와 맞닿은 것 같은 이런 현대물리학, 과학이 제시하는 개념들을 접하며 얻은 깨달음을 아르키메데스처럼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이 젊은 창작자는 그 첫 도구로 과학 웹사이트를 택했다. 대학 졸업 후 약 1년 정도를 운영했지만 노력해서 제작한 콘텐츠에 방문자가 적자 그는 새로운 포맷을 고민한다.
이때 영감을 준 것이 당시 막 전성기를 구가하던 짧은 웹드라마와 힙합이다. 72초 TV, 쇼미더머니와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빠른 호흡의 내레이션 원고와 임팩트 있는 비트에 맞춘 5분 내외의 동영상이라면 아무리 딱딱한 과학 이야기라도 몰입하기 편하지 않겠냐는 판단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금은 다수의 지식 기반 콘텐츠에서 익숙한 포맷이 되었지만 새로운 길을 선점한 개척자에겐 깃발 효과가 있는 법. 그것도 유튜브에서는 과학 분야 콘텐츠를 찾기 어려웠던 2016년이니 말 그대로 선도자가 된 셈이었고, 트렌디한 포맷에 철학과 문학이 섞이고 젊은이가 맞나 싶게 공(空) 사상과 같은 자신이 깨달은 인생관을 피력하는 이 독특한 채널은 구독자들의 맛집이 된다. 단순히 '전달자'가 아닌 넓은 의미의 '연결자'로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관련 소양을 갖춘 누구라도 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1인 미디어 생태계에서 입증하며 '커뮤니케이터'라는 새로운 영역의 초석을 다진 배경이다.
철학, 문학, 과학을 접하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결론을 얻은 후 창작자이자 연결자로서 생활하면서 이재범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이 모토를 일상의 삶에서도 그대로 이어간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실천하며 안과 밖이 다르지 않게 사는 것이다. 다소 구도자나 수행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옥탑방에 혼자 살며 어떤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낮과 밤, 빛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는 무위(無爲) 속에서 과학의 원리를 체험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거의 90만 구독자의 대형 유튜버로서는 얼핏 상상이 어려운 모습이다.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보나 지식은 포털에 검색하면 금방 살펴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느냐가 창작자,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그래서 지구에 80억의 인류가 있다면 80억 개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며 우리는 정보나 지식 그 자체가 아닌 그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기에 단순 전달자 형태의 콘텐츠는 지양하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떠오를 때까지 기획을 다시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그의 콘텐츠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유일무이한 독창성이 매력이다. 다만, 통상의 유튜버들과 같이 정기적으로 업로드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말 그대로 나만의 이야기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심사숙고하는 그의 창작 방식 때문이다. 그의 오랜 채널 구독자들은 이제 이런 행보에 익숙하다. 부정기적이지만 그가 올린 콘텐츠는 그의 말대로 그만의 이야기,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책 '1분 과학' 시리즈가 텍스트가 아닌 만화로 진행된 것, 1권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2권이 발간되기까지 만 4년이 걸린 것 등등도 이러한 이재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창작 스타일과 연관되어 있다. 좀 더 상세한 뒷이야기는 '희대의 NOW 구독중' 유튜브 인터뷰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어쩌면 엉뚱, 독특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철학과 내공이 있는 이 창작자는 그 개성 때문인지 '1분 과학' 외에 과학 소재의 여러 유튜브 채널 또는 강연, 세미나 등에서 초대되어 다양한 루트로 만날 수 있다.
오랜 구독자였지만 최근에 그를 직접 만나게 되었던 것도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가 지난 8월 개최한 시민과 AI 전문가가 함께하는 AI 전문 오픈 포럼인 「제 2회 AI 리더스 포럼(AI Leaders' Forum)」이다. 그는 이 자리에 초청되어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인공지능(AI)"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과 토크 콘서트는 진행했다. 여기서도 그는 역시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AI에 대해 자신이 깨달은 시각에 대해 공유했고, 이 시각에 공감 또는 그렇지 않은 이들과 함께 솔직하게 토론을 이어갔다. 이재범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이 강연에서 인간의 가장 차별화된 특성이 말, 즉 이야기를 하는 능력인데 이것을 AI가 구현하기에 이르렀다면 이제 인간과 AI간의 차이가 이젠 거의 좁혀진 것 같다고 피력했다. 물론 반대하는 시각도 있었고 동의하는 시각도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누군가 화두를 던짐으로 해서 질문에 대해 함께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아닐까 한다. 현대물리학이 양자역학을 내놓기 전까지 '파동-입자 이중성'은 고전물리학에서 '참'이 아니었듯 AI와 같은 거대한 과학적 변화의 시점에서 옳다나 그르다를 가르기보다는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때 그는 분명 1인 미디어와 타 채널, 그리고 다양한 강연, 세미나 등에서 대중들에게 '과학'을 '연결자'로서 폭을 넓혀주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실천 중인 것이었다.
예술적인 접근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 작가, 강연자 또 한편으론 구도자나 수행자와 같은 여러 면모를 동시에 갖는 그를 담을 수 있는 단어는 역시 커뮤니케이터인 것 같다. 스스로 붙인 명칭이 아니라 남들이 붙여준 것이라고 했지만 이 시대 커뮤니케이터가 어떤 모습인지는 그의 삶 자체가 보여준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오늘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재범님과의 지면에서 못 담은 이야기는 곧 공개될 《희대의 NOW 구독중》 유튜브에서 살펴보시기 바라며 과학, 문학, 철학으로 함께해 즐거웠던 이 날의 인터뷰는 한 줄 서평으로 대신한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 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 보석 같은 콘텐츠와 인물까지 찾아 참 구독을 추천 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유튜브로 과학을 커뮤니케이션하는 진정한 커뮤니케이터, 1분 과학"
1인 미디어 생태계 곳곳을 누비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은 또 어떤 채널, 어떤 인물들과 만날지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이희대 광운대 OTT미디어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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