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인천 전기차 화재 50여일…'새카만 분진'에 2차 피해
<출연 : 한웅희 사회부 기자>
[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 AS입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불러온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 지 어느덧 50여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 건지, 사회부 한웅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기자, 지금 어디에 나와 있습니까?
[기자]
네, 불이 났던 인천 청라의 아파트 단지에 나와 있습니다.
지난달 1일,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가 갑자기 폭발했는데요.
불과 연기가 빠르게 번지면서 차량 800여대가 타거나 그을리고, 1천500여 세대의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습니다.
화재로 1주일가량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서 주민 800여명이 임시주거시설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등 국내 전기차 화재로는 가장 큰 피해를 기록했습니다.
화재로 지하주차장이 폐쇄되면서 이 아파트 단지 앞은 최근까지도 도로 양쪽이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는데요.
지금은 지하주차장이 다시 개방되면서 보시는 것처럼 도로도 정상화됐습니다.
겉으로 보면 일상을 되찾은 것 같은데요.
하지만 화재가 빼앗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일상은 50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집안까지 파고든 '분진 가루'인데요.
청소업체까지 불러 청소를 했지만 새카만 분진이 계속 묻어 나오면서 주민들은 그야말로 분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 지하주차장 역시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데요.
대형 선풍기 수십 대를 사용해 방풍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하주차장 안에서는 여전히 검은 분진과 매캐한 냄새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아직까지 피해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참 의아한데요.
분진으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피부병까지 호소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불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점에 피해 주민들과 함께 몇몇 세대를 방문했었는데요.
발화 지점에서 가까운 동일수록 분진이 집 안으로 심하게 침투한 걸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방바닥은 물론 가재도구까지 곳곳이 새카만 먼지로 뒤덮였었는데요.
일부 주민들의 경우 가려움을 동반한 붉은 반점이 올라오는 피부 질환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증상이 급증했습니다.
원인 모를 피부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분진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피부병까지 생길 정도면 분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거 같은데요.
피해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주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진과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집 안은 치웠더라도 환풍구나 배관 등 아파트 시설 곳곳에 있는 스며든 분진은 사실상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주민들은 분진이 없어질 때까지 집안 환기구를 모두 막은 채 생활하고 있는데요.
지하주차장 일대에선 유독가스를 지상으로 빼내는 배풍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창문도 열지 못하고 공기청정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세 분진이 섬유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침구류와 옷 같은 가재도구를 모두 버린 주민들도 상당수입니다.
화재로 녹아내렸던 전기와 수도 설비는 복구가 됐지만 임시 복구에 불과합니다.
완전히 복구가 되려면 연말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아직까지도 온수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온수기를 지원받았지만 샤워기 한 곳에 불과해 빨래나 설거지 등 불편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저층 세대에서는 배관이 녹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누수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부 주민들은 아직까지 피난 생황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며칠 전 추석 연휴에도 10여 세대 이상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명절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피해 상황이 이렇게 다양한데, 보상에 대한 부분은 진전이 있나요?
[기자]
주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나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주민들 피해 사례는 한두 가지 아닌데요.
피부질환은 물론 가재도구 교체, 도배 비용, 화재로 인한 부동산 계약 파기 등 피해 사례가 정말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가 마련한 지원안은 숙박비와 급식비, 목욕비 등을 지급하는 수준인데요.
불이 난 전기차 제조사인 벤츠 측에서 지원금과 함께 얼마 전부턴 주민들에게 신형 차량 무상 대여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분진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이 주민들에게는 가장 시급한 부분입니다.
[앵커]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이 난 지 5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 참 막막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큰 피해를 불러온 화재,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이번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인천경찰청은 지난 10일 처음으로 벤츠코리아 본사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앞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야간근무자와 소방 안전관리책임자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요.
경찰은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난 이유를 조사하는 한편,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했다고 보고 소방안전관리 실태와 화재 원인을 함께 수사 중입니다.
당시 야간근무자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소방본부 특별사법경찰에도 입건된 상태인데요.
불이 난 직후 '솔레노이드 밸브'와 연동된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멈추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소방시설을 불법으로 폐쇄하거나 차단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감식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결과가 나왔나요?
[기자]
네, 경찰과 국과수 등은 모두 3번에 걸쳐서 합동감식을 벌였는데요.
국과수 감정 결과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우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배터리 관리 장치, 이른바 'BMS'는 결국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습니다.
국과수는 BMS가 불에 너무 많이 타는 바람에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전기차 하부 쪽 배터리 팩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차량 밑면에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져 배터리 팩 내부의 셀이 손상됐고, 그로 인해 절연 파괴되면서 발화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즉 외부 충격에 의해 발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건데, 경찰은 국과수 감정 내용을 참고해 정확한 화재의 원인을 수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기자, 고맙습니다.
뉴스 AS, 지금까지 사회부 한웅희 기자 연결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 살펴봤습니다.
#전기차 #화재 #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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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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