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스리랑카 `국가 부도` 이후 첫 대선, 좌파 디사나야케 당선

국가 부도 2년여만에 처음 실시된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성향의 야당 후보 아누라 디사나야케(55·사진) 인민해방전선(JVP) 총재가 당선됐습니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개표 결과 디사나야케 후보가 승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디사나야케 후보는 개표 결과 5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 2차 개표를 거쳐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1차 개표 결과 디사나야케 후보는 39.5%로 1위를 차지했고, 중도 성향인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총재 사지트 프레마다사(57) 후보가 34%로 2위, 무소속 라닐 위크레메싱게(75) 대통령은 17%로 3위에 그쳤습니다.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자 선관위는 선거법 규정에 따라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을 비롯한 3위 이하 후보를 탈락시키고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선호도에 따른 2차 개표에 들어갔지요.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재선을 노렸지만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스리랑카 선거 역사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없어 2차 개표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직전 2019년 대선에서 3% 남짓 득표로 3위에 그쳤던 그는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와 경제정책 실패로 야기된 경제위기에 반사이익을 얻어 인기를 끌었지요. 결국 대선 '재수'에 성공했습니다.

디사나야케 당선인은 1968년 11월 스리랑카 북중부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육체노동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국내 대학에 입학한 뒤 일찌감치 정치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1987년 JVP에 입당해 학생시절부터 활동, 2000년에 국회에 입성한 뒤 지금까지 의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1년간 농업부 장관도 맡았습니다.

JVP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무장 혁명을 주도했으나, 실패하면서 8만여 명이 사망했지요. 이후 무장투쟁 노선을 포기했고 최근 총선에선 4% 미만의 득표에 그치며 위기를 맞은 바 있습니다.

디사나야케 당선인은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선 공약한 대로 IMF 구제금융 지원에 따라 스리랑카가 이행해야 하는 조건들을 놓고 재협상해 국민 고충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전임 정부 시절 이뤄진 부패 의혹도 파헤쳐야 합니다.

다만 IMF 지원 틀 자체는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JVP 관계자는 그가 IMF 합의 자체를 파기하지는 않고 조건들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교정책도 '경제 살리기'라는 맥락에서 구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