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해리스 대 트럼프 TV토론, 누가 승자였을까

2024. 9.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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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주요 언론들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대선토론의 결과에 대해 해리스의 압도적 우세를 발표했다. 해리스가 미끼를 던져 흥분한 트럼프를 낚았다고도 한다.

실제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일반적 인기가 아니라 '러스트 벨트'(rust belt,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이들 입장에서 양 후보의 토론내용을 평가해야 올바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해리스의 공격적 발언 내용들은 정책 이슈와는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를 세계가 비웃는다, 트럼프 지지집회를 가보면 지지자들이 떠나고 있다, 거짓말쟁이 트럼프는 독재자들에게 아부하는 사람이다"는 등 원색적인 인신공격이 대부분이었다.

'트럼프 정부에 비해 바이든 정부에서 경제가 더 나아진 게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해리스는 자신의 성장환경을 이야기하며 중산층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회피성 답변을 했다. 해리스가 트럼프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만 촉발할 것이라 공격했는데, 트럼프는 실제 바이든 정권 하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해졌고, 민주당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면서 그걸 그대로 바이든 정권에서도 유지하고 있는 이중성까지 지적했다.

낙태 문제에 대해선 트럼프는 연방정부가 일괄적으로 낙태를 금지시키자는 게 아니고, 52년 동안 국론분열을 일으킨 주제인 낙태 이슈를 이제는 각 주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주자는 입장임을 명백히 해, 여성유권자들의 표심 이탈을 최소화했다.

불법이민자 문제와 관련해선 진행자는 불법이민자 수가 바이든 정권에서 최대로 치솟았음을 상기시키고, 지난 6월에 바이든이 망명제한 조치를 취하고 나서 불법이민자 수가 줄었음을 설명하였다. 선거 6개월 직전에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 너무 정치적인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을 물었다. 해리스는 국제적 총기, 인신 매매 거래 규제 법안을 제안한 사람이 자기인데 이 법안을 트럼프가 반대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고는 트럼프의 집회에 가보면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트럼프는 민주당 정권하 대거 이민자 유입으로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미국내 범죄가 증가했고, 다른 나라들의 범죄율은 낮아졌음을 지적했다. 그러자 해리스는 트럼프가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실을 언급하며 개인적 인신공격으로 나섰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는 일부 이민자들이 애완동물을 잡아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것이 진행자에 의해 팩트 체크 당하면서 그 후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는 수단화됐다.

외교안보 분야 질문은 현안을 풀기 위한 구체적 방법에 초점이 있었다. 해리스의 답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각자의 방어권이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은 침략자인 푸틴에게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적절한 것이었다는 원칙적인 답변에 그쳤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자신은 네타냐후, 푸틴 등과 직접 대화하고 압력을 가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세계지도자들이 트럼프를 비웃고 있고,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연애편지나 보내고 시진핑 주석에 감사의 글을 트윗하는 등 '아부하는 사람'이어서 독재자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 언급했다.

실제로 현재의 외교 현실에서 독재자들과의 담판이 중요하고,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을 무시한 순진한 발언 수준이다. 진행자가 해리스에게 "푸틴을 만난 적이 있기는 하냐"고 확인을 요청했으나, 해리스는 젤렌스키와 5번 면담했다는 것만 강조하고, 미국의 가치를 팔아치우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는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먼저 이들의 문제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노선에 해리스는 '중산층' 보호라는 구호로 슬그머니 합류하고 있다. 이런 오리지널(original)과 카피(copy)의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은 트럼프 2.0 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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