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대신 클릭하는 시대… 동네 헌책방 전문화로 살길 모색[현장르포]
자본 앞세운 기업형 중고서점
온라인 서점과 연계 접근성 높여
동네 헌책방 사회과학서적에 집중
기업형보다 저렴한 것도 장점
25년 동안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헌책방을 운영해온 A씨는 과거를 회상하듯 천장을 응시하며 최근 매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씨에 따르면 2014년 전까지는 읽기 가벼운 소설책 등을 사고 팔려는 손님들이 하루에 5~10명씩 찾아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갈수록 사라져갔다. 생각해 보면 온라인 중고서점과 기업형 대형 헌책방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후 활성화되면서 고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그는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소장 책들을 전산화하고,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넓은 서가를 구비한 기업형 헌책방과 우리 같은 동네 헌책방이 직접적으로 경쟁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헌책방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A씨의 말처럼 온라인 중고서점과 연계돼 접근성까지 갖춘 기업형 헌책방으로 시민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동네 헌책방은 특화 전략으로 생존 길을 모색해 본다는 입장이지만 장담은 할 수 없다.
■기업형 헌책방으로 몰리는 고객들
23일 본지 기자가 방문한 알라딘 등 기업형 헌책방은 평일 오전이지만, 책을 고르는 고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알라딘은 현재 오프라인 헌책방을 58곳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알라딘 헌책방에서 만난 조모씨(38)는 버스 환승시간 20여분을 활용해 책방을 방문했다. 그는 헌책방을 좋아해 기업형, 동네 책방 등을 가리지 않고 이용했으나 요즘은 주로 기업형만 찾는다고 전했다. 조씨는 "이곳에서 본 책을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으니 책을 많이 구매해도 육체적 부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점심시간 때 헌책방을 왔다는 정모씨(52)도 시간 절약과 온라인 연동을 장점으로 꼽았다. 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이곳에 내가 원하는 중고책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책을 찾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오늘도 사고 싶은 책이 '최상'의 상태로 들어왔다고 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1만4000원을 주권 산 책 2권이 들려있었다.
■전문서 위주 공략하는 동네 헌책방
반면 동네 헌책방은 냉기가 돌고 있다. 규모와 시스템 측면에서 기업형에 맞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따라서 동네 헌책방은 특화 전략을 쓰고 있다. 같은 날 청계천에서 80년대부터 헌책방을 운영했다는 백모씨(65)도 신촌의 A씨와 같은 경우다. 그는 과거 대학교재와 중고등학생용 참고서, 전집 등 일반서를 주로 팔았다면 이제는 인문·사회과학서적 같은 전문서에 집중하고 있다. 백씨는 "물론 20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지만, 지금도 1980년대 사회과학서적들을 찾는 이들은 있다"고 말했다.
기업형보다 저렴한 가격을 동네 헌책방의 장점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신촌 헌책방에서 만난 고객 권모씨(28)는 "한국은 필독서가 절판되는 경우가 많고 기업형 헌책방은 호가가 너무 높다"면서 "동네 헌책방을 오면 싼값에 귀중서들을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특화 전략이 헌책방 운영 유지를 완전히 담보하지는 않는다. 도시 시장 자체가 정체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서점은 지난해 기준 2484개소로 5년 전인 2019년 2320개소와 큰 차이가 없다. 여기다 이른바 체인점을 운영하는 기업형 헌책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헌책방을 운영하는 이유로 일종의 소명의식을 꼽는다. A씨는 "지금도 퇴직한 교수연구실 등에서 귀중서들이 한 번에 수천권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근대사를 전공한 교수로부터 5000권의 책을 받았다. 이것들은 단순한 오래된 책이 아니라, 한 명의 학자가 평생을 바쳐 모은 지식"이라며 "이 같은 지식의 보고가 그냥 폐지로 취급되면 사회적 손실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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