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볼 윗물 매직'수엡 김은중 감독"200% 해준 선수들에 감사...즐기며 계속 도전!"[진심인터뷰]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더 이상 짜낼 수 없을 만큼, 매경기 자신의 200%를 쏟아낸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샤프볼 매직' 수원FC 김은중 감독이 프로 첫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 상위 스플릿 확정 후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매경기 원팀의 끈끈함, 지지 않는 경기력으로 시즌 내내 3~5위를 꾸준히 유지해온 김 감독의 수원FC는 최근 위기였다. 여름 이적시장 이승우, 권경원 등 공수의 핵이 떠난 후 굳건히 버텼지만 지난 10일 '중원사령관' 손준호가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 '영구제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급격히 흔들렸다. 안방서 14일 전북에 0대6, 21일 김천에 2대4로 연패했다. 그러나 22일 제주가 광주를 2대0으로 잡으면서 7위 광주가 승점40에 머물렀고, 정규리그 2경기를 남기고 4위 수원(승점 48), 5위 포항, 6위 서울(이상 승점 47)과 승점 차가 6점 넘게 벌어지며 윗물, 아랫물이 일찌감치 갈라졌다. 지난해 강등권을 전전했던 수원FC가 2021년 이후 3년 만에 '감격' 윗물행을 확정했다.
서울, 포항과의 까다로운 원정 2연전을 앞둔 김 감독은 2연패 위기속 선물처럼 찾아온 상위 스플릿행에 반색했다. 위기에 꺾이지 않고 승점을 또박또박 쌓아온 결과다. 지난해 리그 11위, 리그 최다실점, 강등전쟁을 치렀던 수원FC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사실 한번도 '윗물'의 목표를 밝힌 적이 없다. "실점을 줄이는 것, 강등과 무관한 팀이 되는 것, 매경기 결승전처럼 치열하게 준비하고, 죽을 힘을 다해 뛰는 원팀"의 목표만 이야기했었다. "한경기 한경기 하면서 위의 팀보다 아래 팀이 따라오는 걸 신경 썼다. 도망가기 바빴는데 이제 위의 팀을 쫓아가봐야 한다"고 했다. "사실 안정적으로 강등권을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다. 상위 스플릿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생각도 못했다. 우리 선수들이 그 일을 해낸 것이다.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었고 작년에 어려움을 겪은 팀이다. 올해도 잘될 만하면 어려움이 닥쳤지만 선수들이 늘 잘 따라줬다. 매경기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준 코칭스태프들에게도 고마운 부분이 많다"며 마음을 전했다.
"상위 1~6위팀 중 강원, 김천과 우리는 다들 하위 스플릿이나 강등권 전쟁을 할 거라 생각했을 팀이다. 상위 스플릿을 목표 하기보다 매경기 200%를 쏟으며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아마 정정용 감독님, 윤정환 감독님도 똑같은 마음이셨을 것"이라며 며 미소 지었다. "모든 감독님들이 각 팀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비하고 다양한 공략법을 준비한다. 다 잘 준비하다보니 순위표와 상관없이 당일 컨디션,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서로 잘 준비했을 경우, 팀 전술이 잘 맞아떨어지는 쪽이 승리를 가져간다"면서 "어제도 1위 울산과 12위 인천이 비겼다. 순위만 놓고 보면 울산이 당연히 이길 거라고 예상하지만 결과는 무승부다. 이래서 K리그가 힘든 것같다. 매경기가 결승"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샤프볼 아래 되살아난 선수들의 활약이 새삼 뿌듯하다. 지난 2년간 수원 삼성에서 2도움에 그쳤던 정승원이 8골6도움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FC서울에서 기회가 절실했던 지동원은 5골 1도움으로 부활했다. 6골 12도움의 '도움왕' 안데르손은 모든 팀이 탐내고 경계하는,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다. 이용, 윤빛가람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강상윤(3골2도움), 이재원(1골3도움), 박철우(1골2도움) 등 투혼 넘치는 영건들도 프로 데뷔골, 최다 포인트를 찍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 모두 200% 이상씩 해주면서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공을 돌렸다.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반전 4강 신화를 쓴 이유,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다시금 증명한 '샤프' 감독은 김천전에서 비수를 꽂은 애제자 명단도 언급했다. "(이)승원이가 하필 우리를 상대로 프로 데뷔골을 넣었다. 전화했기에 '데뷔골은 축하하는데 너 이제 배신이다. 끝이다'라고 했다"며 웃었다. 1골2도움을 기록한 '미친 왼발' 이동경을 향해선 "김천에 외국인 공격수가 있는 줄 알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윗물에 안착, 목표를 이미 뛰어넘은 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이제 즐기면서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남은 경기, 한정된 스쿼드에서 큰 변화를 주기도 힘들지만 기존 선수들을 굳게 믿고 간다. "이제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신경 안써도 된다. 사실 상위 팀 중 우리가 가장 부담 없다. 이제 좀 즐기면서 더 도전하자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무뎌지지 않는 샤프볼의 도전은 계속된다. "큰 숙제를 해냈으니 이제부턴 부담을 덜고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각자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많은 선수들이 커리어하이를 달성했지만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만족하는 순간 내리막이다. 그러니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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