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자 후원금 벼락 맞나? '자성론' 어디 갔나?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9. 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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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유포한 전공의가 사흘 전 구속됐는데요, 의사 사회에서 '구속 전공의 구하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웅'이나 '독립 투사'로 치켜세우며 후원금을 보내는 '모금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돈벼락 맞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후원 동참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자성의 목소리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의사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는 목소리는 이런 분위기에 묻히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작성자 돈벼락 맞게 하자"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 등에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했다가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에게 후원금을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 씨의 개인 계좌에 송금한 뒤 이를 인증하는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식입니다. 1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후원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00만 원을 송금했다는 이용자는 "(정 씨의) 구속이 축제가 되게 만들어야 검찰이 '이게 아닌데' 할 것이다", "(정 씨는) 우리의 영웅이다"라고 정 씨를 치켜세웠습니다.

10만 원을 송금했다고 인증한 한 이용자는 "꼭 빵(감옥)에 들어가거나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선봉에 선 우리 용사 전공의가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모금 운동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마통(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천300이지만 소액 송금했다", "계좌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아 작은 돈이지만 십시일반이라 생각해 송금했다"는 등의 인증 글도 있습니다.

의사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두둔하면서, 구속된 정 씨를 '투쟁의 선봉', '영웅', '독립 투사' 등으로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한 커뮤니티에는 "(정 모 씨에게) 송금하고 이를 인증한 총 금액이 2억 원 넘었다"는 글도 게시됐습니다.

의사뿐 아니라 의대생 학부모들도 모금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는 어제(22일) 정 씨 측에 1천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전의학연 관계자는 "해당 전공의를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심정으로 변호사비 지원을 위해 전달했다"며 "이 나라가 (전공의) 젊은이들의 노고를 평가절하하며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데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습니다.
 

구속 전공의 구하기에 나선 의사 사회

의사단체들은 집회나 성명을 통해 '구속 전공의 구하기'로 볼 수 있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경기도의사회는 전공의 구속이 '인권 유린'이라며, 지난 21일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시의사회는 "(블랙리스트 유포가)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 전라북도의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의사 사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나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 대한 목소리는 '전공의 구하기' 분위기에 눌려 공개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유포한 행위가 의롭고 영웅적인 행위로 여겨지고 구속된 전공의에 대해서는 모금 운동까지 벌어지는 반면, 블랙리스트로 피해 본 의사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겁니다.


블랙리스트의 피해자 가운데는 사생활까지 공개되고, 심지어 "불륜이 의심된다", "싸이코 성향" 등의 악의적인 공세에 시달려 대인기피증을 겪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블랙리스트는 전공의뿐 아니라 복귀를 독려하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들의 자리를 메워주는 전임의 등으로 대상이 넓어졌고, 공개되는 사이트도 일반인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과감해졌습니다.
 

경찰, 블랙리스트 링크 공유한 3명 추적

'의료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경찰이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오늘(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1일 사이 아카이브 등 해외 공유 사이트에 복귀 전공의 명단을 게시한 사건과 관련해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청장은 "이러한 집단적 조리돌림 행위는 의료 정책과 관계 없이 악의적이라는 점에서 엄정하고 신속하게 계속 수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또 최근에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일 (환자들이) 1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등 환자 비방글이 게시된 것과 관련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 중입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환자 조롱글은 30개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등의 의료 공백 사태를 두고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 "견민 개돼지들(국민에 대한 멸칭) 더 죽이면 이득", "매일 1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등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복지부가 수사 의뢰했습니다.

이런 환자 조롱글이 지금은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
 

"부역자 꼬리표에 다른 목소리 못 낸다"

전공의 집단이탈 상황에서 처음 블랙리스트가 등장한 건 지난 3월입니다.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신상이 '참의사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서 공개됐습니다.

미복귀자에 대한 처벌이 가시화되던 지난 6월 말에는 같은 커뮤니티에 복귀 전공의뿐 아니라 복귀 의대생, 전공의 자리를 메우는 전임의(펠로) 등의 명단이 담긴 '복귀 의사 리스트'가 나왔습니다.

한 달 뒤에는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텔레그램 채팅방이 만들어져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전공의는 이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감사한 의사'라고 비꼬며 이름, 연락처, 출신 학교, 소속 병원·학과 등을 명단에 담아 올렸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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