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이 그림 같아요”…수채화 같은 ‘허그 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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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정류장이 그림 같아요."
시내버스 정류장의 이름은 허그 스테이션(HUG Station)이다.
보통 낡은 시내버스 정류장을 허물고 새로 만들 때는 벤치 좌석을 늘리기 위해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베어내는데, 부산진구청 앞 허그 스테이션은 나무를 정류장 그늘로 활용했다.
허그 스테이션은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충전기, 에어컨, 무료 와이파이 등 문명의 편리성을 갖춘 시내버스 정류장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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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정류장이 그림 같아요.”
지난 20일 저녁 부산 부산진구청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들어선 이은표(24)씨는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다. 그는 “(이전 버스 정류장과 달리) 디자인이 예뻐서 한 폭의 그림 같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의 이름은 허그 스테이션(HUG Station)이다. 허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스테이션은 정거장을 의미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만든 버스 정류장이라는 뜻이다. 최근 부산엔 허그 스테이션 2곳이 들어섰다. 부산진구청 앞과 부산시민공원 북문 쪽 화인아파트 맞은편이다.
지난해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사회공헌기금을 사용할 사업에 대한 공모를 했는데, 여기에 사단법인 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가 ‘건축가가 설계한 시내버스 정류장’ 설치를 제안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외부심사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봄 예술을 입힌 허그 스테이션을 선정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허그 스테이션 설치에 2억원을 지원했고, 신주영·황현혜 건축사가 설계를 재능기부했다. 신 건축사는 “평소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내버스 정류장 설계를 제안받아서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허그 스테이션은 다른 정류장과 달리 자연을 그대로 살렸다. 보통 낡은 시내버스 정류장을 허물고 새로 만들 때는 벤치 좌석을 늘리기 위해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베어내는데, 부산진구청 앞 허그 스테이션은 나무를 정류장 그늘로 활용했다. 부산시민공원 북문 쪽 화인아파트 맞은편 허그 스테이션 양쪽엔 가로수가 있다. 신 건축사는 “한여름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을 지켜주던 나무가 있는 추억의 버스 정류장을 소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허그 스테이션은 더 많은 벤치 좌석을 만들면서도 통풍을 방해하지 않도록 낮은 칸막이를 설치했다. 시내버스 정류장 좌석에 가까이 붙어서 앉아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고, 휴대전화를 편하게 보는 등 사생활을 보장하려는 의도다.
뒤편에는 누구나 걸터앉을 수 있는 둥근 벤치를 설치했다. 천장엔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정류장 주변이 환하다.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하고 늦은 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범 기능도 있다. 정류장 광고판은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지역 소식을 전하는 소통 창구로 활용한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정류장이 아니라 쉼터·예술·정보공유 기능을 하는 새 개념의 정류장인 셈이다.
허그 스테이션은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충전기, 에어컨, 무료 와이파이 등 문명의 편리성을 갖춘 시내버스 정류장을 거부한다. 자동 여닫이문조차 없고 겨울철 좌석에 앉으면 따뜻한 열이 느껴지는 온열 기능만 있다.
대신 예술을 입었다. 얼핏 보면 일반 버스 정류장과 뭐가 다른가 싶지만 자세히 보면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미술작품처럼 보인다. 밤에는 은은한 불빛과 어울린 푸른색 정류장이 묘한 풍경을 연출한다.
허그 스테이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김창구(62)씨는 “이전보다 좌석 간격이 넓어졌고 독립 공간을 제공받는 느낌이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나영(26)씨는 “편리함을 중요시하는 승객은 에어컨 등이 설치된 버스 정류장을 선호할 것 같고 감성을 추구하는 승객은 허그 스테이션을 선호할 것 같다”며 “사람과 계절에 따라 선호도가 엇갈릴 것 같다”고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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