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콘크리트 깨자 시신…16년만에 드러난 엽기살인

누수 공사 중 여성 시신 발견
동거남이었던 범인 긴급체포

16년 전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가방에 넣어 살고 있던 원룸 보일러실에 시멘트로 은닉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사건은 원룸 소유주가 최근 공사를 하던 중 시신을 발견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씨(58)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와 피해자 B씨는 1998년 부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다. DJ로 일하던 A씨(당시 30대)는 B씨(당시 20대)와 알게 되면서 교제했고 2007년부터 약 1년간 거제의 한 원룸 옥탑방에서 동거했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한 2008년 10월 10일 오후 2시께 A씨는 주거지에서 B씨와 다툼을 벌이다 둔기로 머리와 얼굴 등을 폭행해 살해했다. 이후 A씨는 원룸 옆 베란다에 벽돌을 쌓은 뒤 B씨 시신을 넣은 여행용 가방을 놓고 시멘트로 덮었다. 이로 인해 A씨의 범죄 행각은 지난 16년간 발각되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후 2016년까지 해당 원룸에서 살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1년간 실형을 받았다. 2017년 출소한 후에는 자신의 주거지가 있던 거제로 가지 않고 가족이 있는 양산으로 이사했다.

그러다 7년이 흐른 올해 8월 원룸 소유주가 누수 공사를 의뢰해 작업이 이뤄지던 중 피해자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함께 살았던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최근 양산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A씨는 범행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A씨의 필로폰 투약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의 초동 수사 미흡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B씨 가족들이 2011년께 실종 신고를 했고 당시 경찰은 주거지에 살고 있던 A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다. A씨는 경찰에게 "싸우고 집을 나가 헤어졌다. 나갈 때 작은 가방만 들고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특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미제 실종 사건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3년 전에 집을 나갔다는 B씨의 옷가지가 그대로 있었던 점, B씨의 친구와 A씨 등 2명만 참고인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 최승균 기자]